"美LPGA '톱10'만 12번…우승 못한게 오히려 신기"

'무관의 강자' 김송희 인터뷰
"주변에 계신 분들이 (제가 우승을 놓칠 때마다) 저보다 더 안타까워하세요. 내년 상반기에 꼭 우승해 가족,친구,팬들의 성원에 보답하겠습니다. "

단짝 최나연(22 · SK텔레콤)이 올 시즌 두 번이나 우승컵을 들어올리면서 '무관의 강자'로 남게 된 김송희(21 · 사진)가 우승을 이야기할 때는 눈빛이 유독 반짝거렸다. 크리스마스 이브인 지난 24일 서울 청담동의 한 커피숍에서 만난 김송희는 172㎝의 큰 키에 순정만화의 주인공 같은 이미지였다. 수줍음을 많이 탔고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나직했다. 이날 머리를 좀 더 단정하게 다듬었는데 무척 어색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김송희는 생애 처음으로 스키장 외도(?) 이야기부터 풀어놓았다. "최근 2박3일 일정으로 친구인 박인비 최나연 오지영,선배인 이선화 언니 등 8명과 무주스키장으로 놀러갔어요. 밥도 우리끼리 지어먹고 모처럼 또래 아이들처럼 논 것 같아요. 부모님이 걱정하실까봐 스키는 안 탄다고 했는데 처음으로 스키에 도전해 봤어요. 하루 만에 중급자 코스까지 탔어요. 부모님이 아시면 안 되는데.(웃음)"

초등학교 5학년 때인 2001년 골프를 시작한 김송희는 고등학교 2학년 때인 2005년 호심배 아마추어골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하는 등 아마추어 최강자로 이름을 떨쳤다. 고3 때인 2006년 미국LPGA 퓨처스(2부)투어 루이지애나클래식에서 우승하는 등 2부투어 상금왕으로 이듬해 미국LPGA투어 풀시드를 확보한다. 하지만 루키 해인 2007년부터 올해까지 3년 동안 우승컵은 손에 잡힐 듯 잡히지 않았다. 올 시즌 미켈롭울트라오픈(3위),마스터카드클래식(4위),LPGA코닝클래식 코오롱 · 하나은행챔피언십,LPGA투어챔피언십(이상 5위) 등 '톱10'에만 12번 이름을 올렸고 상금랭킹도 11위(103만달러)를 기록했다. 평균 스코어(70.52타)와 퍼트(28.91개)도 각각 8위로 우승 사정권에 있음을 말해준다. 김송희는 "골프가 참 재미있으며 더 하고 싶고 더 잘하고 싶어요. 올해보다 더 노력해 내년에는 꼭 우승해야죠"라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스트레스는 쇼핑으로 푼다고 했다. 쇼핑을 좋아하는 최나연을 따라다니다 보니 자연스럽게 즐기게 됐다는 설명이다. "대회가 열리는 골프장 주변의 쇼핑몰을 미리 물색해둬요. 신발과 시계를 좋아하는데 우선 윈도쇼핑을 한 뒤 들어가서 여러 신발을 신어봐요. 그러다 보니 시합 때도 2~3켤레는 갖고 다녀요. "김송희는 이달 말 미국 올랜도로 전지훈련을 떠난다. 바람에 약해 볼을 낮게 치는 방법을 집중 연마할 생각이다. 그는 연습의 단조로움을 다양한 창의적인 샷으로 상쇄시킨다. "말도 안 되는 상황에서 연습을 많이 해요. 예컨대 그린 앞 벙커 후면 내리막 급경사에 놓여 있는 볼을 7번 아이언으로 모래를 맞힌 다음 그린에 올리는 걸 연습하는 거죠.실제 삼성월드챔피언십 때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는데 7번 아이언으로 그린 에지에 볼을 올려놨어요. "

그는 모든 샷에서 셋업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깨 정렬,그립,스탠스 등이 엉클어지면 샷의 일관성을 갖추기 힘들다는 얘기다. 아마추어 골퍼들이 흔히 범하는 헤드업을 막는 방법을 알려달라고 했다. "저는 볼을 너무 오랫동안 보고 있어서 탈이에요. 반대로 아마추어 분들은 볼이 나가는 방향을 먼저 보고 싶어하죠.볼 뒷면 타격점에 점을 찍어놓고 주시하려고 하면 임팩트 후까지 볼을 지켜볼 수 있을 겁니다. "

퍼트를 잘하는 요령은 따로 없고 느낌이 중요하다고 했다. "머리를 움직이면 안 되고 손목을 쓰면 안 된다고 하는데 그렇게 하는 선수들도 있어요. 그런 고정관념보다는 스스로 연습을 통해 자기만의 감각을 느껴야 해요. 또한 루틴(일정하고 반복적인 행동)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죠."동갑내기 신지애가 승승장구하는 데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니 "잡아야죠"라는 짧은 답변이 돌아왔다. 우승 소감 좀 미리 들려줄 수 없겠냐고 하자 "곧 들으실 거예요. 그때 들으시면 안 돼요"라고 맞받아쳤다. 투어생활은 30대 중반까지 할 계획이고,치마는 불편해서 안 입었는데 지금은 적응이 안 돼 더욱 입기 힘들어졌다고 했다. 아마추어 시절 적수가 없었던 김송희가 내년 어떤 활약을 펼칠지 주목된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