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 동의없이 보증금 인상, 차액 돌려줘야"

수원지법 판결

임대주택사업자가 임차인의 동의 없이 임대보증금을 법정 표준 임대보증금과 임대료 기준보다 높게 받았다면 기준 금액과의 차액을 돌려줘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수원지법 성남지원 제2민사부(부장판사 김현석)는 송모씨 등 경기 성남시 D아파트 세입자 13명이 D건설을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에서 "송씨 등이 낸 임대보증금 가운데 가구당 7898만~1억1103만원씩 모두 13억여원을 되돌려주라고 판결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는 성남시 판교신도시 택지개발지구 안에서 80~109㎡(24~33평) 규모의 임대주택을 공급하면서 보증금을 1억770만~2억4694만원으로 올렸다. 이는 표준임대보증금 9872만~1억3719만원보다 높아진 수치다. 이 회사는 보증금을 올리는 대신 두 금액의 차액에 대해선 정기예금 금리 3.45%를 적용해 계산한 금액(전환금액)만큼 임대료를 낮춰주는 조건으로 입주자를 모집했다. 그러나 송씨 등은 이 건설사가 표준임대보증금보다 높게 임대보증금을 올리면서도 임차인으로부터 사전 동의를 받지 않았기 때문에 부당이득금을 돌려줘야 한다고 맞서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최초 임대보증금 및 임대료는 임대주택법상 표준임대보증금 및 임대료에 따르도록 하고 임대보증금을 올리려 할 경우 임차인의 동의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고,이 규정은 당연히 '효력규정'(위반시 행위나 절차가 무효가 되는 규정)으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만일 효력규정이 아닌 것으로 본다면 임대업자는 표준대로 계약하지 않고 마음대로 높은 임대보증금을 받으려 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무주택 서민에게 주택을 임대 형식으로 공급하고 임대사업자에게 공적 지원을 하려는 임대주택 공급제도의 취지를 훼손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