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재길 기자의 자동차 세상] '쌍용차 실장' 파문이 남긴 숙제

최근 인터넷에는 '쌍용차 실장'이란 검색어가 유행을 탔습니다. 코란도를 중고차로 산 강모씨가 일부 부품 무상교환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쌍용차의 서비스 담당자와 실랑이를 벌이는 동영상을 공개한 후입니다. 동영상에는 양측이 주고받은 반말과 욕설이 난무합니다.

강씨는 쌍용차가 당초 무상교환이 가능하다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으며,이를 수개월간 요구했지만 묵살당했다고 전했습니다. 쌍용차 측은 18만㎞를 넘게 달린 차량의 부품 무상교환이 애시당초 어려웠고,고객의 '업무방해' 행위가 도를 넘었다고 반박합니다. 결국 이 사태는 쌍용차가 강씨 차량을 수리해 주는 선에서 마무리됐습니다. 하지만 쌍용차는 동영상이 공개되면서 브랜드 이미지에 상처를 입었지요. 스웨덴의 상용차 업체인 스카니아 코리아는 자사 덤프트럭인 25.5t짜리 '4시리즈'의 리콜을 요구하는 민원에 진땀을 빼고 있습니다. 사연은 이렇습니다.

강원 춘천에서 건설기계 대여업을 하고 있는 전모씨는 2005년 11월 스카니아 트럭에서 엔진오일이 대량 유출된다며 당시 건설교통부(현 국토해양부)에 민원을 넣었습니다. 당연히 설치돼야 할 오일분리기가 없어 이틀만 주행해도 약 0.5ℓ의 오일이 샐 뿐만 아니라 연비 및 출력이 떨어진다고 했습니다. 건교부는 "민원을 검토한 결과 엔진오일 배출이 안전운행에 지장을 주거나 안전 기준에 부적합한 사항으로 볼 수 없다"고 회신했지요.

전씨는 이후 감사원에 이의를 제기했습니다. 교통안전공단 의뢰 결과 스카니아 트럭에서 유출되는 오일의 양은 일반적인 현상으로 판명됐습니다. 2005년 이전의 스카니아 4시리즈에는 내장형 오일분리기가 설치됐기 때문에 이후 교체됐던 외장형과 다르다는 설명도 덧붙였지요. 전씨는 이후 "교통안전공단과 스카니아 코리아 측이 지목하는 내장형 오일분리기라는 기계는 엔진 내부에서 블로바이 가스 배출을 조절하는 단순 밸브일 뿐"이라며 "엔진을 분해해 누가 맞는지 따져보자"고 주장했습니다. 올해 국정감사 과정에선 일부 국회의원의 문제 제기로 스카니아 트럭의 오일분리기 설치 여부가 진실 공방으로까지 비화했지요. 전씨는 청와대와 스웨덴 대사관 등 각 기관에 민원을 넣는 한편 스카니아 측을 상대로 민 · 형사 소송을 진행 중입니다.

스카니아 코리아 측도 할 말이 많습니다. 회사 관계자는 "지금까지 6000대가량 판매된 차량에 문제가 있었다면 정부 차원에서 이미 리콜 지시를 내렸을 것"이라며 "전문 기관들이 문제없다고 결론을 내렸고 대법원 판결로 입증이 됐는데도 전씨가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합니다.

한국 정부가 국내 업체인 현대 · 기아자동차의 리콜 조치도 수시로 내리는 상황에서 문제가 있었다면 외국 업체의 리콜을 주저할 이유가 없다는 겁니다. 오히려 수년간 관련 기관을 오가며 똑같은 얘기를 반복하는 데 따른 비용이 적지 않다고 하소연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차량 부품을 교환해 달라는 민원이 이제는 세밀한 기술적인 부분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소비자들의 기술 이해도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방증이지요.

문제는 소비자와 완성차 업체가 모두 '윈윈'하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스카니아 코리아와 전씨가 오일 누수 문제를 놓고 4년 넘게 공방을 벌이는 게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어렵게 합의해도 끝난 게 아닙니다. 쌍용차처럼 이미지가 실추되기 일쑤이지요.

완성차 업체와 소비자가 초기 합의에 실패할 경우 정부 기관이 조기 중재안을 마련해 양측이 원칙적으로 따르도록 만드는 제도 개선이 필요합니다.

산업부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