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남은 사흘 국민들은 국회를 주시한다

오늘부터 31일까지 올해의 남은 사흘,국민은 이 짧은 기간 국회를 거듭 주시할 수밖에 없다. 여태껏 정쟁(政爭)의 볼모로 전락돼온 내년 예산안의 향방에 대해 세밑 끝까지도 국민들은 조금도 마음을 놓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야당의 점거농성으로 빚어진 여야간의 몸싸움,욕설과 폭력끝에 물리력 동원과 충돌로 이어진 꼭 1년 전 연말연초의 국회 모습이 재현되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다. '4대강 예산'으로 충돌해온 국회를 보면 기어코 지난해 말의 그런 행태를 또 반복할 것만 같아 하는 걱정이다. 국회에 대한 신뢰는 이미 이토록 땅에 떨어졌다.

민주당은 열흘이 넘도록 예결위 회의장 점거농성을 이어가고 있다. 어제는 소속의원 전원동원 체제로 농성을 강화했다. 4대강 예산 1조원이상을 삭감하는 등 자체 수정안도 내놨지만 안으로는 정부 여당안에 반대하는 총력전에 돌입한 분위기다. 여기에 맞서 한나라당도 "대운하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엄숙히 선언한다"며 대국민선언문까지 발표했다. 의원총회를 거친 것인데 그간 과도한 대립에다 감정싸움까지 겹쳐 치킨게임처럼 되어버린 지금의 여야 관계에서 이런 말이 야당 귀에 들어갈리 만무하다. 결국 소수 야당이 현실성 떨어지는 수정예산안을 낸 것이나,그동안 성과없이 시일만 낭비하다 정작 야당 설득은 못한 채 국민들에게 선언문을 내놓은 여당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여야 모두가 사는 길은 대타협을 하고 이를 실행에 옮기는 길 뿐이다. 여당의 '강행처리'나 야당의 '실력저지' 모두 바람직하지 않다. 최악의 준예산 편성 사태가 온다면,사상 초유의 준예산 제도가 어느 범위까지 가능한지 편성범위와 집행방법에 대한 명확한 규정도 없는 상황에서 빚어질 혼란과 부작용은 어쩔 것인지 걱정스럽기 짝이 없다.

김형오 의장도 연내 예산안이 처리되지 않을 경우 사퇴할 것이라며 배수진을 치고 나섰다. 그동안 여야가 만남을 거듭했지만 사태가 이 지경까지 오도록 성과가 없었다는 것은 여야의 협상대표들에도 문제가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의장이 더 적극 나선다 해도 여야간에 협상과 타협이 없다면 의장의 선택은 매우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런 사태는 여야 서로가 피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