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영 현대카드 브랜드 실장 "이성적 금융에 감성 입혔더니 마케팅 히트"

현대·기아차 그룹 첫 30대 女임원
"예상치 못한 장소에서 스노보드 점프 대회를 연다는 게 회사가 지향하는 이노베이션(혁신)이란 가치와 잘 맞아떨어진다고 생각했죠."

지난 11일부터 3일간 서울 광화문 광장에는 길이 100m,높이 34m의 스노보드 점프대가 설치됐다. 이곳에서 서울시와 현대카드가 주최하는 '현대카드 슈퍼매치 시티점프'와 '국제스키연맹(FIS) 스노보드 월드컵'이 잇달아 열렸다. 처음에는 서울 한복판에서 스노보드 대회를 연다는 것에 부정적인 여론도 있었으나 약 26만명의 시민이 이 경기를 관람하는 등 성공적인 대회였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대회를 기획하고 총괄한 주인공은 만 37세의 이미영 현대카드 이사대우(브랜드실장)다. 그는 지난 24일 있었던 현대 · 기아자동차그룹 인사에서 스포츠 · 문화마케팅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공로로 부장에서 이사대우로 승진하며 첫 30대 여성임원 타이틀을 얻었다.

그룹 내에 여성 임원은 광고회사인 이노션에 2명이 있지만 30대에 임원이 된 것은 그가 처음이다. 그는 "가장 이성적인 산업 중 하나인 금융업에 감성적인 면을 섞어 마케팅에 활용해야 다른 회사와 차별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것이 시장에서 잘 통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외국계 컨설팅사인 AT커니에서 기본기를 다진 이 이사대우가 2005년 현대카드에 입사했을 때 직급은 팀장이었다. 그는 입사 후 초우량고객(VVIP)용 카드 시장을 개척하며 두각을 나타냈고,이후 문화공연(현대카드 슈퍼콘서트) 스포츠이벤트(현대카드 슈퍼매치) 등을 마케팅에 적극 활용하는 아이디어로 경영진의 신임을 얻었다. 비너스 윌리엄스와 샤라포바의 테니스 경기,김연아 선수가 출연한 '슈퍼스타스 온 아이스'도 이 이사대우의 작품이다. 그는 연세대에서 응용통계학을 전공하고 UC버클리에서 경영학석사학위(MBA)를 취득했다. 이 이사대우는 "건조한 학문을 전공했지만 평소에 공연,미술 등에 관심 많았다"며 "금융회사이면서도 독특한 문화를 정립하려는 현대카드와 궁합이 잘 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이사대우는 "새로운 마케팅을 선보일 때 재탕,삼탕은 안하려고 노력한다"며 "100번 고민하면 신기하게 한두 가지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 때문에 직원들에게도 최대한 많은 고민을 해보라고 말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이 평소 '우리회사에 여직원은 없고 직원만 있다'는 말을 자주하는데 이러한 회사 분위기가 승진에 많은 도움이 된 것 같다"며 "'첫 30대 여성임원'이란 타이틀이 화제가 되지 않는 시기가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이태훈 기자 bej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