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판단 배임으로 처벌할 수 없다"

무죄 판결 취지
서울고법이 외환은행 매각을 주도한 변양호 전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과 관련자들에 대해 무죄판결을 내리면서 가장 중시한 것은 정책적 판단에 대한 배임죄 성립 여부와 헐값 매각을 입증할 증거 유무였다.

재판부는 우선 "공무원이 제3자에게 이익을 취하게 할 목적으로 국가에 손해를 입혔다면 배임죄가 성립할 수 있지만,금융기관의 부실을 해결하기 위해 직무에 적합하다는 신념에 따라 내부 결재를 거쳐 시행한 것이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정책 선택과 판단의 문제일 뿐 배임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외환은행을 헐값에 매각한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변 전 국장은 한국은행 수출입은행이 보유한 외환은행 주식의 실질가치를 떨어뜨리지 않고 수출입은행의 구주를 불공정한 가격으로 매각하지 않아야 할 의무가 있다"면서도 "외환은행 매각 과정에서 신주발행 또는 구주매각과 관련해서는 사무 처리자의 지위에 있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즉 신주발행과 구주매각 가격은 이사회의 결의를 통해 정해졌고,특히 신주발행은 주주총회 특별결의까지 거쳐 진행됐다는 것이다.

이강원 전 외환은행장과 이달용 전 부행장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장래 경영권을 인수하게 될 론스타의 신임을 얻기 위해 외환은행에 대한 회계정보를 조작해 주주들에게 왜곡된 정보를 공급했다고 볼 만한 증거도 부족하다"며 헐값 매각 의혹을 일축했다. 재판부는 다만 이 전 행장이 4억여원의 비자금을 조성하고 납품업자에게서 6000만원을 받은 혐의(수재) 등에 대해서는 1심과 마찬가지로 유죄로 판단해 징역 1년6월에 추징금 1억5000여만원을 선고했다.

항소심 법원이 이 같은 판결을 내림에 따라 참여정부 시절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가 외국자본을 죄악시하는 포퓰리즘에 편성해 무리하게 수사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검찰은 론스타가 외환은행 매매를 통해 2년여 만에 4조원이 넘는 차익을 남기면서 '국부 유출''먹튀' 논란이 일자 헐값 매각 혐의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