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학으로 본 2010년 國運] 큰 일 매듭짓고 國格 한 단계 올라…偏財·偏官 경계해야

호랑이는 개척정신·투쟁상징…4대강·세종시 갈등속 결실 맺어
법과 원칙 중시…공권력 강화
경제 작년보다 나아지지만 투기성 사업 횡행할 징조도
전세계 이름 빛낼 학자들 나와 여성들 각 분야에서 활약 계속

2010년 경인년은 호랑이의 해다. 그런데 이 호랑이는 흰 호랑이(白虎)이며 총이나 칼을 맞아 고통받는 호랑이다. 호랑이는 청룡,주작,현무와 함께 사신수(四神獸)의 하나로 발톱은 5개이고 성정은 인자함,새롭게 시작함,곧게 나아감,개척정신,투쟁성 등으로 나타난다. 이런 점에서 경인년의 국운은 변화무쌍한 가운데 상승할 것이며 특히 법과 원칙을 내세우는 공권력은 2009년보다 훨씬 강화하리라고 본다.

경인의 경(庚)은 양금(陽金)이며 일곱 번째 천간으로서 서방(西方)과 바뀜(從革)을 상징한다. 또한 분산된 기운을 흡수하고 상승한 기운을 하강시켜 생명의 완성과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변혁과 결실을 맺게 하는 차고 매운 기운이다. 모든 생물은 이 경을 통하지 않고서는 결실을 맺을 수가 없다. 이렇게 본다면 올해에는 총 · 칼이나 금융과 연관된 크고 작은 놀랄 만한 일들이 나라 안팎에서 발생할 수도 있다는 예감이 든다. 이는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경금(庚金)이 금생수(金生水)의 상생작용보다 금극목(金剋木)의 상극작용을 더 좋아하며 숙살지기(肅殺之氣),즉 죽이는 기운을 그 본성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1950년 경인년에 일어난 6 · 25전쟁과 중국군의 개입,1890년 경인년에 있었던 두 차례의 농민항쟁,영국의 공황,독일의 비스마르크 실각 등은 이에 대한 참고가 된다.

경인년은 천간 경금이 지지(地支) 인목(寅木)을 극하여 편재(偏財)가 되는 해다. 그렇지만 지지를 기준으로 천간을 보면 오히려 편관(偏官)이 되는 해다. 사람 사는 세상은 하늘인 천간보다 땅인 지지가 더 중요하다. 따라서 경인년은 관성(官星)의 해가 되어 대한민국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강한 관성 기운의 지배하에 들어간다고 볼 수 있다. 국민의 마음 역시 이 영향을 크게 받는다. 그래서 사람들은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따지게 되고 그것을 행동으로 표출한다. 근간에 일어난 적지 않은 시민단체의 집단 시위나 노조 파업,정치적 결사 등은 이와 내적으로 깊은 관계가 있다.

따라서 국가의 공권력 행사는 기축년보다 더 강화할 것 같고,그 영향이 전 분야에 미치겠지만 특히 정치,경제계에 미치는 파장은 만만치 않을 것 같다. 이명박 대통령은 이를 바탕으로 국정을 운영하면서 기축년에 마무리하지 못한 사업이나 정책 등을 완결하기 위해 노심초사할 것으로 보인다. 보금자리 주택,미소금융,4대 강 살리기,세종시법 수정 등과 같은 일들 말이다. 그러나 많은 어려움과 고통을 수반하게 될 것이다. 대통령이나 집권당을 상징하는 천간 경금이 인목이라는 절지(絶地 · 땅이 끊어져 낭떠러지가 된 곳) 위에 앉아 있어 힘을 뜻대로 행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경인년의 최대 관심사인 지자체 선거에서 한나라당이 확실하게 승리할 확률은 매우 낮아진다. 이는 지자체 선거 자체가 국민의 관심에서 크게 멀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북관계는 이명박 정부가 주도적으로 풀어나갈 것으로 보이며,특히 6자회담 성사를 통해 이 점이 분명하게 드러날 것이다. 한 가지 우려되는 것은 북한이 정치 ·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는 점이다. 이로써 남북한 관계는 물론 세계 정치의 흐름에도 많은 변수가 생길 수 있다. 북한을 상징하는 수(水)가 병지(病地)에 들어가 중병을 앓는 형국이고,또한 남한을 상징하는 천간으로부터 힘든 극을 받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은 핵실험 같은 무모하고 과시적인 행동보다 내부를 단속하고 내실을 다지는 데 모든 노력을 경주해야 할 것이다.

2010년 경인년 지지는 인(寅)이다. 12지지 가운데 세 번째에 속하는 인은 삼양(三陽)의 목(木)으로서 봄,음력1월,오전 3~5시,동북방,간방(艮方),청색,간담(肝膽),분노 등을 상징한다. 인목(寅木)은 또한 화(火)의 장생지(長生地)가 되어 인간의 정신문화가 발생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렇게 보면 경인년에는 세계적으로 이름을 빛낼 학자가 여러 분야에서 많이 나오리라 예상한다. 《사기》의 '율서(律書)'에 따르면 인(寅)은 만물이 처음 꿈틀거리며 생겨나는 것을 뜻한다. '寅'은 원래 '조심한다''공경한다'는 뜻을 가진 글자에서 온 것인데 그 안에는 새로운 일을 시작하거나 만들 때에는 더욱 조심해야 한다는 이치가 들어 있다.

이렇게 보면 경인년은 지난해 못다 한 일들을 원만하게 매듭짓고 국격(國格)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는 좋은 해이기도 하다. 국민 모두가 이 기회를 잘 살려 나라 안팎으로 좋은 일이 많이 생기도록 해야 하며 특정 이념이나 사상,종교에 얽매이지 말고 투철한 자기 성찰과 상생의 미덕을 체득하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렇다고 경인년이 좋은 일만 생기는 해는 아니다. 인(寅)은 평생 분주하게 돌아다녀야 살 수 있다는 역마살이나 절대적 권력을 누린다는 천권성(天權星),벼락 · 전기 등으로 큰 피해를 본다는 뇌공타뇌관(雷公打腦關)과도 연관돼 있는 글자다. 또한 인은 언제나 내적으로 신금(申金)을 끌어와 서로 충돌하는 나쁜 버릇을 가지고 있다. 이를 인신충(寅申沖) 또는 역마충(驛馬沖)이라고도 부르는데 인신충은 지나친 활동력과 급진성, 서로를 용납하지 않는 상황에서 돌발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를 통해서 2010년에는 대형 화재,대형 가스 폭발,대형 교통사고,군 · 경이나 인권과 관련된 범죄가 많이 발생하리라 유추해 볼 수 있다. 더욱 염려되는 것은 시도 때도 없이 팽창하고 직진하려는 인목의 기질과 그 영향 때문에 용산 참사와 같은 불행한 일이 또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이다.

경인년은 또 횡재,일확천금,투기성,색정 등을 나타내는 편재(偏財)의 해이다. 편재는 편법에 의한 재물 취득이나 비정상적인 남녀관계를 뜻한다. 그 영향을 받아 올해는 투기성 사업이나 유흥업 관련 사업이 활기를 띨 것 같다. 또 이로 인해 권력형 부정과 비리가 만연하고 '부익부 빈익빈'의 골은 더욱 깊어져 사회 통합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치정과 관련한 스캔들이나 성범죄가 많이 발생해 세상을 놀라게 할 수도 있다.

경인년 한국 경제는 수출 호조와 내수 진작을 위한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구체적인 처방에 힘입어 작년보다는 많이 좋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철강과 자동차,반도체,기계류,전자,원전 등의 분야가 한국의 경제 성장을 주도하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낼 것 같다. 국책사업의 일환인 4대 강 정비 사업이나 세종시 수정 사업으로 인해 토목,건축 분야도 활성화할 전망이다.

사회적으로는 기축년과 마찬가지로 청년 실업자 · 노숙자가 많이 늘어날 것이고,여성의 사회적 진출 또한 활발해질 것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여성들이 각 분야에서 많이 배출될 것 같다. 이는 대한민국이 머지않아 후천개벽 시대의 주역이 된다는 것을 암시하는 청신호다. 2010년은 여러 분야에서 긍정적인 변화가 많이 일어나겠지만,그 변화가 사회적 갈등을 진정으로 해소시키지는 못할까 걱정된다. 이는 발산과 팽창을 생명으로 하는 인목(寅木)이 수렴과 응축,죽임을 좋아하는 경금(庚金)으로부터 심하게 극을 받아서 서로 싸우는 형국이기 때문이다.

송인창 < 대전대 철학과 교수·동양문화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