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白虎띠 아이 낳자"…결혼ㆍ출산 서둘러

'황금돼지' 뛰어넘는 특수 기대…반지ㆍ팔찌 등 銀제품 매출 급증
60년 만에 찾아온 '백호랑이 해'인 경인년(庚寅年)을 맞아 '백호(白虎) 신드롬'이 확산되고 있다. 기상이 호방한 호랑이 띠에,그것도 귀하게 여기는 백호의 띠에 태어난 아이는 잘된다는 역학계 속설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결혼을 서두르거나 출산 계획을 잡는 부부가 늘고 있다. 유통업체들도 백호신드롬을 활용한 공격적인 마케팅에 나서 황금돼지해로 떠들썩했던 2007년 특수가 올해에도 재연될지 주목된다. 31일 인터넷 임산부 및 육아정보 커뮤니티인 '맘스홀릭베이비''유아맘의 맘스홀릭' 등에는 백호띠 출산과 관련한 임산부들의 글이 부쩍 많아졌다. '역학자들은 음력 5~6월에 출산하는게 좋다고 한다''백호의 기운을 받으려면 음력으로 경인년이 끝나는 2011년 2월 초까지는 아이를 낳아야 한다'는 글들이 많이 올라와 백호띠에 대한 기대감을 보여주고 있다.

3월 출산 예정인 직장인 김정은씨(31)는 "백호띠에 태어날 아이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며 "결혼 상대가 있는 친구들 대부분은 이왕이면 백호띠 아이를 얻겠다며 결혼 날짜를 앞당기려고 한다"고 전했다.

백운산 한국역술인협회장은 "경인년은 금(金)의 기운이 강해 이때 태어난 남자 아이는 공직이나 정치권에 많이 진출하고 여자 아이는 약사나 의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백호띠 프리미엄을 얻기 위해 출산일을 상담하는 사례가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금값 폭등으로 손님이 끊겼던 귀금속 상가와 세공업체도 모처럼 반색이다. 백호신드롬으로 백색 선호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은을 찾는 손님들이 점차 늘고 있어서다.

종로1가 귀금속 상가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금값이 너무 올라 결혼 예물과 돌반지를 찾는 손님이 별로 없어 한산했다"며 "그러나 60년 만에 돌아온 백호띠가 은에 대한 관심을 높인 데다 선물용으로 부담이 덜하다는 이유로 은제품을 사려는 손님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소개했다.

귀금속 세공업을 한다는 최모씨(51)는 "경기침체로 그동안 고전해왔는데 최근 백호 캐릭터의 은제품과 커플용 은반지,은팔찌 등의 주문이 작년 대비 20% 늘어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고 말했다. '호랑이 특수'를 겨냥한 업계의 공격적인 마케팅도 활발하다. 작년 봄부터 백호로만 이뤄진 사파리를 운영 중인 에버랜드는 1일부터 설날 연휴까지 호랑이띠 고객에게 할인 혜택을 준다. 싱가포르의 '타이거 맥주'를 수입하는 수석무역은 3~6일 서울의 강남 종로 홍대 등 번화가에서 제품 프로모션을 실시한다.

김태철 기자 synerg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