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대약진] "글로벌 시장 앞으로"…새 바람 몰고 올 '뉴 리더'들

주목받는 CEO
삼성-LG 수장 '맞수 대결'
美CES서 비장의 무기 선보여

라이벌 기업 수장(首長)들의 맞수 대결이 새해 벽두부터 뜨겁다. 지난해 사장단 인사에서 삼성전자의 단독 최고경영자(CEO)를 맡게 된 최지성 사장과 유임된 남용 LG전자 부회장은 선의의 경쟁을 통해 글로벌 전자시장에 또 다른 바람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두 CEO는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전시회인 CES에서 세계 IT업계를 깜짝 놀라게 할 비장의 무기를 선보이기 위해 어느 때보다 바쁜 연초를 맞고 있다. 운명을 건 통신 대전을 앞둔 KT와 SK텔레콤, 통합 LG텔레콤 경영인들의 행보도 주목을 받고 있다. 지난 연말 경영진 재편에서 발탁된 주요 기업의 CEO들은 정글과도 같은 냉혹한 글로벌 경쟁의 최일선에서 새로운 변신을 주도해야 할 중책을 맡았다. 이들이 올해 어떤 경영전략과 수완을 펼쳐 나갈지 재계가 주목하고 있다.

◆삼성전자 더 빠르고 강한 변화

이윤우 부회장과 함께 삼성전자의 '투톱'체제를 구축했던 최 사장은 지난해 삼성그룹 인사를 통해 단독대표로 올라섰다. '장사꾼''디지털 보부상' 등의 별명을 갖고 있는 최 사장은 무역학과를 나온 영업맨 출신.역대 삼성전자 사장 가운데 전자공학을 전공하지 않은 첫 번째 비(非) 엔지니어링 출신 CEO다. 최 사장의 경영 트레이드마크는 과감한 도전과 빠른 의사결정이다. 취임 일성에서도 최 사장의 코드가 묻어난다. 취임식에서 그는 "미래의 삼성전자는 '시장의 창조자 및 창조적 리더'로서 자리매김해야 한다"며 "정글 같은 국제경쟁의 무대에서 살아남으려면 빠르고 신속한 의사결정에 강력한 실행능력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불구하고 스피드와 시너지,효율성을 통해 사상 최대의 이익을 낸 만큼 기존 경영기조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스피드와 통합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유사 사업조직을 정리,10개 사업부를 7개로 통 · 폐합하는 대대적인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새로 통합된 7개 사업부는 △영상디스플레이(윤부근 사장) △무선(신종균 사장) △생활가전(홍창완 부사장) △반도체(권오현 사장) △LCD(장원기 사장) △네트워크(김운섭 부사장) △IT솔루션사업부(남성우 부사장) 등이다. 회사 관계자는 "7개 사업부장이 책임지고 조직을 이끌되 최 사장이 직접 사업부장을 관할하기 때문에 신속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LG 글로벌 경영 가속화삼성전자의 맞수인 LG전자는 남용 부회장이 계속 조직을 이끈다. 남 부회장은 그동안 지속적으로 추진해왔던 '조직과 인재 글로벌화'에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을 해외법인장으로 대거 임명한 것도 이 같은 글로벌화 전략의 일환.미국에 근무하며 최고유통채널책임자(CGTMO)를 맡았던 제임스 닐 셰드 부사장이 북미지역본부 미국법인장에 임명됐으며 유럽지역본부 프랑스법인 에릭서데즈 상무도 프랑스법인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LG전자를 포함한 LG그룹의 인사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은 부사장에서 승진한 조준호 ㈜LG 사장.조 사장은 2002년 44세로 부사장에 오른 이후 이번에 50세의 나이에 사장에 선임,현직 LG 사장단 가운데 최연소 기록을 세웠다. ◆중국사업의 구원투수 박영호 SK㈜ 사장

SK그룹은 내년 상반기에 출범할 중국 통합법인의 초대 사장에 박영호 SK㈜ 사장을 임명했다. 박 사장은 2007년 7월부터 SK㈜ 사장을 맡아 SK그룹의 지주회사 체제를 안착시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두터운 신임을 받아왔다. 중국 현지법인들의 역량을 집중시켜 중국 시장 개척에 나설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 사장은 그룹 지주회사인 SK㈜ 대표이사를 겸직하면서 중국시장 공략을 가속화할 계획이다. 중국 통합법인에는 박 사장 외에도 40여명의 임원이 전진배치될 예정이다.

SK그룹이 내년 초 신설하는 기술혁신센터(TIC)의 사령탑을 맡은 박상훈 TIC장도 주목받고 있다. SK그룹은 연구개발 분야의 역량을 강화해 글로벌 시장개척의 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박 TIC장은 SK대덕기술원 화학연구소장,SK기술원장 등을 역임한 연구개발(R&D) 분야의 '기술통'으로 꼽힌다.

◆통신사 수장들 '각축전' 예고

통신분야에서는 텔레콤,데이콤,파워콤을 합병한 통합 LG텔레콤의 수장으로 돌아온 이상철 부회장을 주목해볼 만하다. 이 부회장은 KTF와 KT 사장에 이어 정보통신부 장관까지 거치고 광운대 총장을 지낸 화려한 이력의 소유자다. 만년 통신 3위에 머문 LG에 둥지를 틀면서 어떤 바람을 일으킬지 주목된다.

취임 2년째를 맞는 이석채 KT 회장과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자신의 색깔을 내는 작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이 KT 회장은 최근 6000여명이 넘는 인력을 명예퇴직시키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까지 실시했다. 새해 초 예정된 그룹 인사에서도 KT의 변화를 위한 과감한 선택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정 SK텔레콤 사장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새 먹거리를 찾는 데 주력할 예정이다. 최근 단행한 인사에서도 법인,산업,공공부문을 대상으로 생산성을 향상시키는 IPE(산업생산성 증대)사업단을 사장실 산하에 신설하며 미래 성장동력 찾기에 몰두하고 있다.

최근 팬택과 팬택앤큐리텔의 합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박병엽 팬택계열 부회장의 행보도 관심을 모은다. 박 부회장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통해 10분기 연속 흑자를 올리며 팬택이 부활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오는 2013년에는 휴대폰 판매 2500만대,매출 5조원을 달성해 글로벌 회사로 거듭난다는 계획도 세웠다.

◆한화 · STX 신사업 추진 인물 발탁

한화그룹은 신성장동력 발굴과 해외사업 강화에 초점을 맞춘 인사를 단행했다. 그룹 주력사인 한화석유화학 사장으로는 홍기준 현 부사장을 임명해 태양광과 2차전지,나노튜브 등 신사업 발굴에 박차를 가하도록 했다. 한화갤러리아 대표에는 전무 승진 2년차의 황용기 대표가 기용됐다. 20년 이상의 해외관련 업무를 담당해 온 황 대표는 한화그룹의 대표적인 해외통으로 꼽힌다. STX그룹 역시 플랜트,자원개발,에너지 등의 신규사업 부문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 · 조직 개편을 실시했다. 이희범 STX에너지 회장이 중공업부문도 총괄하고,이병호 ㈜STX 사업본부장은 STX에너지 사장을 맡았다. STX윈드파워 대표에는 유광택 상무가 선임됐다. 조선해양 부문에서는 이인성 부회장이 STX유럽을 총괄하면서 현지 생산역량을 강화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정선/김태훈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