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업 대약진] '달러박스' 국내 조선산업 어디로

● 2010 재계 10대 관전 포인트
국내 조선업계의 지난해 선박 수주 실적은 저조했다.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등 대형 조선업체 대부분이 연초 세웠던 수주 계획의 5분의 1도 달성하지 못했다. STX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한진중공업 등도 특수선이나 소형 상선에서 간신히 수주 명맥을 이었다.

신규 수주가 끊기면서 선수금이 들어오지 않은 데다 이미 수주한 선박의 건조대금 유입마저 늦춰지면서 단기 유동성 문제까지 생겼다. 조선업계는 올해 선박 발주량도 기대 이하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영국 조선 · 해운 전문 분석기관인 클락슨과 업계에 따르면 올해 세계 선박 수주 전망치는 작년보다 79.3% 늘어난 1090만CGT(표준화물선 환산 톤수)로 예상되고 있다. 과거 10년(1998~2008년) 평균치인 4180만CGT와 비교하면 4분의 1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2011년에도 과거 10년 평균치의 절반 정도인 1860만CGT에 머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브라질과 중국,러시아 등이 자국 건조를 강화하고 있어 국내 조선사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돈이 마른 국내 조선업체들은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생존형 수주'에 나설 전망이다. 올해부터 예전엔 거들떠보지도 않던 벌크선,소형 유조선,특수선 등에 대한 수주를 늘릴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대형 조선업체의 한 임원은 "요즘엔 병원선,급수선 등 특수선과 아프리카 오지에서 주로 쓰이는 중 · 소형 선박시장까지 들여다보고 있다"고 털어놨다.

조선업계의 재편 과정도 뒤따를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 8위 조선사인 SLS조선마저 지난해 말 워크아웃을 신청했으며 5~6개 중소 조선사들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상태다. 올해부터는 대형 조선업체들의 일부 구조조정도 진행될 공산이 크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체들이 장기불황체제에 대비하기 위해 상선 건조 중심의 사업구조를 탈피하고 태양광 및 풍력 등 신 · 재생 에너지 등 신규 사업을 키우는 작업에 더욱 속도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