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지자체 법무담당관제 도입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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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어떤 사람이 진(晉)나라의 유명한 학자 은중군에게 물었다. "어찌하여 관직에 오르면 꿈속에서 관(棺)이 보이고,재물을 얻으면 꿈속에서 변(便)이 보이는 것이오?" 그러자 은중군이 대답하기를 "관직은 원래 부패하는 것이기 때문에 꿈에서 관을 보게 되는 것이고,재물은 하찮은 것이기 때문에 꿈속에서 더러운 변이 보이는 것이오"라고 했다. 옛 중국 명사들의 유명한 일화를 수록한 세설신어에 소개돼 있는 고사다.
권력이 있는 곳에는 언제나 부패가 문제되기 마련이다. 때문에 공직자는 자신의 직분을 국민에게 봉사하는 자리로 여기고 그에 따른 신의를 지켜야 할 것인데,이를 권력으로 여기고 향유하려 하는 순간 부패는 싹틀 수밖에 없다. 최근 드러난 홍성군청 비리사건은 소속 공무원 중 무려 16%가 비리에 연루돼 있다는 점에서 가히 경악할 수준이다. 박봉에도 불구하고 국민에 대한 봉사와 공직 수행의 사명을 묵묵히 실천하고 있는 동료 공무원들은 씻을 수 없는 불명예를 입었고,일반 국민은 공직자에 대한 배신감으로 씁쓸하다.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낭비와 부정부패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은 결코 어제 오늘의 지적이 아니다. 지자체는 인사에 있어 혈연 · 지연 · 학연에 따른 채용 가능성이 높고,타지와의 순환보직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특히 비리가 발생할 여지가 다분하다.
홍성군청 역시 내부적으로 비리를 적발하고 준법을 담보하는 시스템이 존재하지 않았다. 예산을 신청하는 사람과 집행하는 사람이 동일해 손쉽게 횡령이 가능했고,이를 감사해야 할 감사실마저 제대로 작동이 안된 채 5년간 2000만원 이상의 횡령에 가담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조직 내 눈 감아주기식 인사 · 행정 · 예산집행 및 감사의 관행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제2,제3의 홍성군청 비리사건이 재발하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전국의 지방자치단체가 제정하는 조례의 합리성을 검토하고 지자체가 추진하는 주요 정책에 대한 법적 자문을 담당하는 개방직 법무담당관 제도가 도입되길 기대한다. 이는 법률전문가에 의한 독립적인 준법감시시스템을 지자체 내에 상시 제도화시킴으로써,조직의 탈법과 비리를 사전에 방지하고 법치행정을 담보하고자 하는 취지다. 미국의 경우 이 같은 독립적 법무담당관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활발히 시행한 지 오래다. 연방과 주의 주요 정부기관에 법무담당관을 두고 부처의 법적 문제에 대해 자문을 제공함으로써 법치주의를 실현하고,나아가 정부예산이 낭비없이 지출되는지를 감시해 납세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있다.
소를 잃었으면 뒤늦게라도 외양간을 확실히 고쳐 또다시 소를 잃는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이제라도 지자체의 내부 비리를 척결하고 준법을 담보할 수 있는 법무담당관제도를 도입해 법치행정을 실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