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김없이 무늬·사진 입힌 지퍼 나왔다

삼영, 지퍼천 인쇄 기법 개발
의류·가방 만들때 디자인 살려
10여개 패션업체 공급·군납 추진
군복의 위장효과를 키우고 옷이나 가방 등의 디자인 품질도 높일 수 있는 신개념 지퍼가 나왔다.

지퍼전문제조회사 삼영(대표 김혁수)은 기존 지퍼와는 달리 복잡한 무늬나 사진까지 인쇄(전사)할 수 있는 '트랜스퍼 지퍼(사진)'를 국내 최초로 개발했다고 3일 밝혔다. 이 제품을 의류나 가방을 만들 때 이용하면 디자인에 포함된 그림이나 문양 패턴이 지퍼가 있는 부분에서도 끊기지 않는다.

통상 지퍼는 △지퍼손잡이 △지퍼날 △옷,가방과 지퍼를 연결하기 위해 부착된 지퍼천으로 구성되며 검은색이나 붉은색 등 한 가지 색으로 염색된 천에 지퍼날을 달아 제작된다.

따라서 기존 지퍼가 달린 옷이나 가방의 경우 지퍼 부위에는 그림이나 무늬를 나타낼 수 없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에비해 트랜스퍼 지퍼는 지퍼날과 지퍼천을 결합시킨 뒤 지퍼천 위에 그림이나 사진을 인쇄하는 방법으로 만들어져 지퍼의 위치를 찾기가 쉽지 않다. 트랜스퍼 지퍼가 다양한 무늬나 색상을 낼 수 있는 것은 특수제작된 지퍼천 때문이다. 트랜스퍼 지퍼에는 회사가 윤영일 인천대학교 산업디자인학과 교수 연구팀과 1년6개월에 걸쳐 1억원을 들여 공동 개발한 특수 나일론 소재의 천이 부착돼 있다.

이 천에 쓰이는 나일론 원사는 내열화학처리를 통해 섭씨 약 240도의 고온을 견딜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통상 나일론 천은 인쇄 과정에서 발생하는 200도 이상의 열에 녹아버리거나 모양이 변하기 일쑤였다.

김혁수 대표는 "기존 지퍼천은 고온을 견디지 못해 복잡한 문양을 인쇄하지 못했다"며 "우리 제품으로는 원하는 디자인이나 색상을 낼 수 있는 것은 물론 옷이나 가방 디자인의 완성도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회사는 인천대 연구팀과 함께 지퍼천 외에도 인쇄용 잉크 및 기존의 프린터를 개량한 인쇄기도 개발했다. 이 잉크와 인쇄기를 이용하면 1100여가지의 색상을 낼 수 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김 대표는 "무독성 잉크를 사용했고 옷을 삶아 빨아도 색깔이 빠지거나 다른 색상으로 물드는 현상도 거의 없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10여년 넘게 군용 야전상의에 들어가는 지퍼를 공급하다가 위장용 얼룩무늬가 지퍼 부분에선 연결되지 않아 위장 효과가 다소 떨어진다는 점을 깨닫고 제품 개발에 나섰다. 김 대표는 "야전상의 지퍼는 녹색천에 금속 소재 지퍼손잡이와 지퍼날이 달려 눈에 잘 띄었다"며 "우리 제품을 적용하면 위장 효과를 한층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트랜스퍼 지퍼의 특허를 출원한 삼영은 국내외 10여개 스포츠웨어,골프백 등 패션업체들과 트랜스퍼 지퍼의 공급 조건을 논의하고 있으며 군납도 추진하고 있다. 회사는 베이직하우스,닉스,에어워크,네파 등 국내외 30여개 패션회사에 제품을 공급 중이다. 연 매출은 약 20억원.김혁수 대표는 "트랜스퍼 지퍼의 반응이 좋아 본격적인 납품이 시작되면 연 20억원의 추가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