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다시 첫차를 기다리며

떠들썩한 기분으로 새천년을 맞은 지가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10년이라는 시간이 흘러 새로운 10년을 맞이했다. 필자는 새천년을 기대와 설렘보다는 외환위기 후의 힘든 현실 속에서,'살아남아야 한다'는 자기주문에 희망을 꿈꾸며 맞이했다.

2002년 가을,아내와 단 둘이서 시작한 사업은 지금 1200여개 가맹점에 함께 살아가는 식구가 5000여명 될 정도로 커졌다. 필자의 여건과 역할이 많이 변한 것 또한 사실이다. 생활 여건과 회사를 운영하는 것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형편이 좋아졌지만 그에 비해 몇 배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하는 중압감도 커졌다. 좀 편하고 쉬운 길을 가고 싶고,앉으면 눕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일 텐데 필자라고 예외가 될 수 없을 것이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내가 지금 쉬운 길이 아닌 바른 길을 가고 있는가. 지금 가는 길이 우리 모두를 위한 길인가"라는 생각으로 쉽고 편한 방법만을 찾으려고 하는 자신을 다스렸다. 우리 회사에는 개성과 지역,환경이 다른 1200여명의 가맹점주가 있다. 모두 같이 잘해야 성공할 수 있는 사업이기에 더욱 자신을 철저하게 다스리지 않으면 안된다. 그러기에'좀 힘들더라도 옳은 방법,나 혼자가 아닌 모두를 위한 것'에 스스로를 담금질하는 것이다. 이것이 지난 10년 사업을 하면서 필자가 내리는 결정의 판단 기준이 됐다.

1999년 잭 웰치가 한국을 방문했을 때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리더십의 비결을 묻자 "딱 한 가지입니다. 나는 내가 어디로 가는지 알고 있고,GE의 전 구성원은 내가 어디로 가는지를 알고 있습니다"라고 답했다. 모든 것에 변화와 속도를 최우선으로 삼는 오늘의 기업현장에서 기본과 방향을 고집하는 것이 어리석고 굼뜬 일인지는 모른다. 필자 또한 변화와 속도를 무시하지는 않지만 그에 앞서 "무엇을 위한 변화이고 가고자 하는 방향이 어디인가"를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그 기본과 방향이 명확할 때 개인도 기업도 분명한 미래가 있다고 생각한다.

새로운 2010년의 해가 밝았다. 실패와 좌절 속에서 한 가닥 희망의 끈을 놓지 않기 위해 몸부림치던 일,작은 성공에 취해 교만했던 일,그리고 또 자신을 조금 더 비우면서 일어나던 일,이 모든 일을 통해 필자는 스스로를 철저하게 다스리며 기본과 방향을 명확하게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고 그것이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한 밑바탕이 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

이제 삶의 한 페이지를 채우고 필자는 또 새로운 첫 페이지를 시작한다. "10년 동안 무엇을 향해 달려온 것일까. 또한 10년 전과 다른 지금의 내 모습이 과연 내 삶의 여정에서 부끄럽지 않은 한 페이지로 남을 수 있을까. 이제 앞으로의 10년은 어떻게 계획해야 하는 것일까" 이른 새벽 푸른 안개를 뚫고 오는 첫차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2010년 경인년을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