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카드사 계열분리…신세계에 매각 추진

삼성생명 상장후 순환출자 해소
삼성그룹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연내 삼성카드를 계열 분리하는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카드 지분을 신세계 등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3일 "올 상반기 중 삼성생명 상장을 마치는 대로 삼성카드를 계열 분리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삼성카드를 인수할 수 있는 후보 기업들을 물색하고 있으며 방계 그룹인 신세계가 1차 접촉 대상"이라고 밝혔다. 현재 신세계는 삼성생명 지분 13.5%를 보유하고 있다. 삼성의 이 같은 방침은 2008년 4월 그룹 경영쇄신안을 발표하면서 "중장기적으로 순환출자 해소를 포함한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삼성카드가 계열 분리되면 에버랜드→생명→전자→카드→에버랜드로 이어지는 그룹 순환출자 구조는 일단 해소될 전망이다. 현재 삼성카드의 최대주주는 지분 35.2%를 갖고 있는 삼성전자이며,삼성생명은 26.4%를 보유한 2대주주다.

삼성이 신세계를 삼성카드의 유력 인수 후보로 꼽고 있는 이유는 신세계가 카드사업 진출을 모색하고 있는 데다 보유 중인 삼성생명 지분을 매각할 경우 인수대금을 마련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판단해서다. 최근 증권업계의 예상처럼 상장 이후 삼성생명 시가총액이 14조원 수준에 도달할 경우 신세계의 지분 가치는 1조9500억원 정도로 삼성생명이 갖고 있는 삼성카드 지분 가치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

삼성은 신세계가 카드 인수에 관심을 보일 경우 에버랜드나 삼성물산을 통해 신세계의 삼성생명 지분을 사들일 계획이다. 그룹 지주회사 격인 에버랜드의 삼성생명 지분율이 13.3%에 불과해 향후 안정적인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 지분 확보가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삼성은 또 삼성에버랜드를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로 분할하는 방안도 동시에 추진하기로 했다.

현행법상 에버랜드가 삼성생명 주식을 추가 취득할 경우 금융지주회사로 분류돼 각종 규제를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조일훈/김용준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