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냉키 " 규제감독 미흡땐 통화정책 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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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주범인 주택거품은 저금리 아닌 허술한 규제감독 탓"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금융위기의 주범인 주택가격의 거품이 발생한 것은 FRB의 저금리 정책 탓이 아니라 허술한 규제감독 탓이었다고 밝혔다.이런 맥락에서 앞으로 제2의 주택시장 거품위기가 생기더라도 강력한 규제감독이 우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버냉키 의장은 3일 미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경제학회 연례회의에서 발표한 ‘통화정책과 주택시장 거품’이라는 발표를 통해 “통화정책과 급속한 주택가격의 상승은 직접적인 연관성이 약했다”고 분석했다.주택가격이 1990년대말 오르기 시작,단기금리가 가장 낮을 때 가장 큰 폭으로 오르긴 했으나 가격폭이 너무 커 통화정책 기준으로만 쉽게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더욱이 전국적으로 수집된 증거들도 통화정책과 주택가격의 상승속도 사이에 중요한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보였다고 덧붙였다.
버냉키 의장은 이어 “많은 소비자들이 주택시장에 뛰어들어 부동산 구입에 나서도록 한 낮은 초기 계약금의 가장 중요한 원천은 단기금리 수준이 아니라 갈수록 복잡한 모기지(주택담보대출) 상품을 도입하고 모기지 상품 판매기준을 낮춘 것”이라고 지적했다.그는 따라서 주택시장 거품에 대한 최선의 대응책은 통화정책이 아니라 강력한 규제와 감독정책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버냉키 의장은 특히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와 감독이 초기의 거품위험을 통제하는데 비효과적이라는 게 아니라 규제와 감독의 이행 수준이 금융시장의 수준보다 더 현명하고 높아야 한다고 강조했다.때문에 규제와 감독은 개별 금융사들과 금융시스템 전반의 차입과 유동성을 평가하는데 집중돼야 한다고 했다.그는 그러면서 금리인상은 보완적으로 사용해야 할 정책수단이라고 밝혔다.“2003년과 2004년 금리를 인상했더라도 주택시장 거품을 통제할 수 있었겠지만 당시 경기침체에서 회복되기 시작하던 경제에 치명타를 입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다만 금융시장 규제와 감독 개혁이 충분치 않고 개혁내용이 금융위기를 막는데 불충분하다면 그 보완책으로 통화정책을 신중하게 사용할 가능성을 열어놔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