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40~50대 팔·다리 저림…혹시 척추질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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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만·스트레스로 발병연령 낮아져
목디스크 수술도 1~2일이면 OK
중년엔 허리가 중요하다. 인생에서도,직장에서도,가정에서도,국가 전체적으로 봐도 가장 중요한 위치가 허리다. 허리를 가장 많이 혹사시키는 시기도 중년이다. 이는 바쁜 일상 생활 속에서 쌓이는 스트레스와 운동부족, 비만 때문이다. 허릿병의 대명사인 허리디스크(척추추간판탈출증)뿐만 아니라 노인들의 질환으로만 알려진 퇴행성 척추질환도 중년의 허리를 괴롭힌다. 원인 모를 팔다리 저림 현상을 겪고 있다면 척추질환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올해 49세인 개인사업가 김모씨는 몇년 전부터 오른쪽 다리가 저렸다. 한 달 전부터 심해지더니 급기야 손까지 저려오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심혈관질환을 의심했으나 검진결과 다행히도 아니었다. 대신 김씨는 허리디스크일 수 있으니 척추 전문병원을 가보라는 뜻밖의 얘기를 들었다. 자기공명영상(MRI)을 찍어보니 김씨는 공교롭게도 허리와 목의 신경이 모두 압박받고 있는 것으로 진단됐다. 허리는 요추 4번과 5번 사이가,목은 경추 6번과 7번 사이가 문제였다. 장시간 나쁜 자세로 컴퓨터 작업을 했던 게 화근이었다. C자형으로 구부러져야 할 경추의 정상 커브가 없어지고 일자목이 됨으로써 목 디스크(척추간판)가 터져 나와 인접 신경을 압박하고 있었다. 허리에는 척추신경을 둘러싸고 있는 척추관이 좁아지는 척추관협착증이 생겼다. 이 질환은 노화에 따른 퇴행적 변화로 척추관의 주변 뼈와 인대가 두꺼워져 생긴다. 보통 30대를 넘기면서 이 같은 퇴행적 변화를 보이지만 병적으로 심각해지는 것은 대개 60세 전후다. 김씨는 보통 사람보다 빠른 40대에 나타난 경우다.
퇴행성 척추질환에는 척추관협착증 외에도 퇴행성디스크(척추간판이 노후돼 바스러지기 쉬운 상태가 되거나 균열된 사이로 수핵이 흘러나옴),퇴행성척추증(척추뼈 또는 디스크가 얇아지는 현상),척추전방전위증(척추뼈가 자꾸만 앞쪽으로 밀리며 위치가 변함),척추후만증(등 부분의 척추가 뒤로 휘어지는 것으로 노인에게 흔함) 등이 있다. 나이를 먹으며 이 같은 퇴행성 질환을 겪을 수밖에 없지만 중년들의 운동부족,비만,스트레스로 점차 발생 연령대가 점점 낮아지고 있다.
척추질환은 초기에 발견하면 물리치료나 경막외내시경 수술 같은 비수술적 요법으로 치료할 수 있다. 그러나 수술이 불가피하다면 따져볼 게 많다. 무엇보다 수술과 입원,재활에 소요되는 시간이 가장 고민거리다. 특히 사회적으로 한창 바쁜 40~50대 중년들은 수술시간을 내는 게 매우 힘들다. 그렇다고 병을 키우는 것은 어리석다. 척추 이상으로 생긴 신경압박을 방치하면 나중에 전신마비까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나누리병원 임재현 의무원장은 "과거에 척추 수술은 족히 한 달이 필요했지만 최근엔 수술기법이 발달해 1~2주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며 "수술이 필요한 부위,치료시기,환자 상태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하기 때문에 임상경험이 풍부한 전문의와 상담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척추질환 치료의 궁극적 목표는 디스크나 척추뼈 마디가 받고 있는 과중한 압력을 줄여주는 것이다. 미세현미경을 이용하면 문제의 척추 뼈마디를 최소한으로 절개해 치료할 수 있다. 주변조직의 손상이 적고 그만큼 회복기간도 짧아진다. 초기 허리디스크나 척추관협착증은 미세현미경으로 수술할 경우 1~2㎝만 절개하면 충분하고 수술한 다음 날부터 움직일 수 있다.
만약 척추의 퇴행과 변형이 심하다면 두개의 척추를 붙이는 유합술이 필요하다. 과거 유합술은 절개 부위가 10㎝를 넘고 회복기간이 한 달 넘게 소요됐지만 최근의 미니척추유합술은 수술 절개 부위가 2㎝ 미만으로 흉터 또는 통증의 부담이 크게 줄었다. 목 디스크 역시 미세현미경을 이용한다. 과거 목디스크 수술은 목뼈 일부 및 디스크를 완전히 제거하고 골반뼈 등을 이식해 금속판으로 고정하는 비교적 큰 수술이었다. 그러나 미세현미경을 이용하면 턱 아래 목주름을 1~2㎝만 절개해도 충분히 수술부위까지 접근할 수 있다. 이를 '미세현미경 척추공확장술'이라 하는데 허리디스크 수술과 마찬가지로 흉터와 주변조직의 손상이 적고 입원기간은 1~2일 정도로 짧으며 재활기간도 대폭 줄일 수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