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신년 연설] "남북 정상회담, 콘텐츠만 맞으면 어디서든…"

이명박 대통령은 4일 신년 연설에서 남북관계 개선에 대한 의지를 그 어느 때보다 강하게 드러냈다. "새 전기를 마련해야 한다. 상시 대화 기구가 마련돼야 한다"고 하는 등 주목을 끌기에 충분한 발언들을 했다. 단절된 남북관계의 '새 판 짜기'에 들어가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가능하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남북 정상회담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보였다. 이 대통령은 정상회담이 북한에서 개최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콘텐츠가 문제이지 나머지는 협상하기에 따른 것"이라며 "늘 우리쪽에서 목을 매야 하는 상황이 바뀌었으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남북 대화에 대해서도 "분위기 정도는 뭐…,(남북이 서로) 욕 안하는 것만 해도 발전이라고 봐야 한다. 수십년 해 오던 관습을 약간 벗어난 것"이라며 "긍정적 변화의 일부분"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올해 중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물론 대화의 물꼬가 트이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때문에 이 대통령이 제의한 상시적 대화를 위한 기구에 대한 북한의 반응이 1차 관건이다. 상시 대화를 위한 기구는 이 대통령이 2008년 4월 방미 때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개설하자고 제의했던 '서울평양 고위급 연락사무소'를 뜻한다.

시선은 북한 쪽에 실린다. 고위급 연락사무소를 거부한 바 있던 북한은 이번엔 다르게 받아들일 것이라는 게 일반적 관측이다. 지난해 남북 정상회담을 위한 고위급 비밀접촉 과정에서 북한의 적극적 의지가 확인된 데다 최근의 대화 공세를 펴는 것에 비춰봤을 때도 어떤 형식으로든 제의에 응할 가능성이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홍영식/장성호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