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2010 올해도 실패하면 당신은 '독한 놈'!

●금연 '작심삼일' 안되려면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과 담배를 끊은 사람과는 어울리지 말라는 얘기가 있다. 웬만큼 독하지 않고서는 성공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독종'과는 사귀지 말라고 비유한 것이다. 하지만 요즘은 입장이 바뀌었다. 담배의 폐해가 많이 강조되고 금연을 요구하는 공간이 날로 늘어나 흡연자가 핍박받는 세상이 됐다. 그럼에도 꿋꿋이 담배를 끊지 않고 버티는 사람이야말로 진짜 독종이라는 게 요즘의 분위기다.

새해가 시작되면 가장 많이 결심하는게 금연과 운동을 통한 다이어트이다. 그러나 금연한다던 연초의 호언장담이 연말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 더욱이 경인년이 시작된지 엿새밖에 안됐는데 벌써 포기한 사람이 상당수에 이를 것이다. 송혜령 대전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와 김철환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효과적인 금연요령에 대해 알아본다.담배가 끊기 어려운 것은 단순 기호품이 아니라 중독성을 지닌 마약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담배에 함유된 니코틴은 코카인이나 헤로인보다 더 강한 중독성을 지니고 있다. 니코틴은 뇌에 작용해 행복감을 주는 탐닉성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을 많이 배출되게 한다. 이와 함께 세로토닌,아세틸콜린,노르에피네프린 등의 분비를 촉진시켜 단기간의 기억력과 작업수행능력을 향상시키고 불안을 감소시킨다. 이런 각성효과를 잊지 못해 흡연자들은 쉽사리 담배를 끊지 못한다.

게다가 흡연시 니코틴은 폐를 통해 인체 내로 흡수돼 혈관을 타고 두뇌로 빨리 전달된다. 니코틴은 담배연기를 들이마신 시간으로부터 7~9초 안에 뇌에 전달되고 1분 이내에 쾌감을 느끼게 한다. 헤로인을 주사로 맞는 것보다 흡수속도가 훨씬 빠른 셈이다. 니코틴의 중독성 때문에 금연에 들어가면 금단 증상이 생긴다. 담배를 끊는 시점부터 기분이 가라앉고,집중력이 떨어지며,괜히 불안해지고,신경질적으로 변하며,불면증에 시달리게 된다. 두통, 변비, 설사 등의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금연을 성공하기 위해서는 금연 개시 7~15일 전부터 서서히 담배의 양을 줄여나가는 방식으로 금연을 준비하고 D-day가 되면 단숨에 끊는 게 좋다. 흡연량을 점점 줄여가는 방법도 있지만 금연 성공률이 낮다. 금연을 시작하면 일단 술자리를 과감히 줄여야 한다. 남들이 흡연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곤욕이지만 술을 마신 후에는 흡연 욕구가 더 강해지기 때문이다. 주변에 금연을 함께 할 동료를 구해 서로 격려하고 자극을 받을 수 있으면 좋다. 단 동료는 의지력이 강한 사람이어야 한다. 금연을 시작하면 처음 일주일간이 가장 힘들다. 체내에 쌓여있던 니코틴이 몸밖으로 완전히 사라지는데 7일 정도가 소요되기 때문이다. 이 시기를 잘 이겨내면 금연에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흡연욕구가 강해지면 서서히 심호흡을 하거나 물을 마시는 게 도움이 된다. 명상,산책,온욕 등도 효과적이다. 흡연욕구를 참는 보상으로 영화를 보거나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에 집중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생야채,과일,도정하지 않은 곡류 등 비타민과 섬유소가 많은 음식을 섭취하면 흡연욕구가 떨어지고 금연 이후의 변비가 예방될 수 있다. 식사 후 입이 심심하면 당근이나 오이,저지방 · 저칼로리 스낵을 먹거나 찬물 또는 무가당 주스를 마신다. 껌을 씹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단 카페인이 함유된 커피,홍차,탄산음료 등은 흡연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어 마시지 않는 게 좋다.

이런 방법으로도 금연을 지속할 의지가 꺾인다면 금연보조제를 사용해볼 수 있다. 많은 연구결과 자신의 의지만으로 금연한 경우 1년 후 성공률은 3~5% 정도다. 이에 비해 니코틴 패치,니코틴 껌 등 니코틴을 체내에 공급해 흡연욕구를 억누르는 니코틴대체제는 성공률이 15%에 이른다. 바레니클린(한국화이자의 챔픽스)은 30% 안팎으로 무려 니코틴대체제의 두 배에 달한다. 이 약은 담배의 니코틴 대신 뇌내 니코틴수용체에 결합해 니코틴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방해하며 한편으로는 수용체를 부분적으로 활성화시켜 도파민이 분비되도록 유도함으로써 흡연욕구를 낮추고 금연으로 인한 금단증상을 해결한다. 니코틴대체제는 체내에 니코틴을 공급하기 때문에 피부가 붉게 변하거나 가려움증 입마름 현기증 심장박동수증가 수면장애 두통, 메스꺼움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으나 사용량을 줄이면 곧 사라진다. 바레니클린이나 부프로피온 등의 항우울약 계열 금연치료제는 이런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다.

김철환 · 송혜령 교수가 2008년 2월부터 8월까지 987명의 금연진료 의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단독으로 시행하는 요법 중 금연성공률에 대한 기대치는 바레니클린이 46.5%로 가장 높았고 부프로피온은 22%,니코틴대체제는 18.6%,금연의지는 17.6%,의사와의 상담 및 행동요법이 16.8%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연은 무엇보다 금연보조제의 도움을 받는 것과 함께 금연하려는 사람의 강한 의지가 중요하다. 금연을 시도하다 어려움에 봉착하면 무료 금연콜센터(1544-9030)에 전화하거나 금연 상담 전문의를 만나 도움을 받는 게 바람직하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