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다시 뛴다] 한국정책금융공사, 업무시작 원년…신성장동력 산업 집중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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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책금융공사(유재한 사장 · 사진)는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부문이 분리돼 자산 28조원(자본 3조원,부채 25조원) 규모로 지난해 10월28일 새롭게 출발했다. 자산에는 한국전력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 수자원공사 수협은행 기업은행 등 12개 공기업의 주식 15조1000억원이 포함됐다.
또 대기업인 현대건설 하이닉스 SK네트웍스 등 구조조정 기업 5개사의 주식 1조2000억원도 보유하고 있다. 자회사로 산은금융지주 지분 100%를 보유하며,이 가운데 우선 49%를 매각하고 순차적으로 나머지 51%를 팔아 민영화할 방침이다. 정책금융공사는 올해를 공사의 정책금융 업무를 본격 시작하는 원년으로 삼을 계획이다. 정책금융공사는 가만히 앉아서 편하게 진행했던 정책금융의 관행을 깨고 지원이 필요한 사업 분야를 적극 발굴해 찾아가는 서비스를 실천할 방침이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중소기업뿐만 아니라 가능성 있는 기업을 발굴하고 육성할 계획이다. 신성장동력 산업도 적극 지원키로 했다. 전기자동차 로봇산업 신소재 등 국가적으로 반드시 필요한 산업을 찾아 자금을 공급하기로 했다. 상시적인 기능은 아니지만 외환위기나 금융위기가 닥치면 금융시장 안정 기능도 수행한다.
공사는 올해 자금 공급의 기본 방향을 크게 네 가지로 잡았다. 우선 '온렌딩(On-lending)' 방식 대출을 대폭 확대해 중소기업에 대한 금융 지원을 강화키로 했다. 온렌딩 방식이란 정책금융공사가 자금 지원 기준을 마련하면 시중은행이 이 기준에 따라 투자 실무를 하는 대신 위험(리스크)은 양측이 나눠 지는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중개금융회사를 통해 성장 잠재력이 있는 중소기업을 발굴 · 지원하고 지방은행을 중개금융회사로 활용,지방소재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한다는 전략이다. 공사는 또 신성장동력 산업에 대한 자금 공급을 통해 우리경제의 지속적인 성장 기반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민간 금융회사가 맡기 어려운 중장기 연구 · 개발(R&D) 투자,시설투자 등 정부가 중점으로 추진하는 정책 분야를 지원키로 했다.
사회기반시설(SOC) 조성,지역개발 사업 등에 자금을 공급해 국토 균형발전과 지방경제 활성화도 도모할 방침이다.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는 SOC,도시개발,산업단지 조성 등에 대한 직접 대출과 민간투자사업(BTL) 펀드,공공투자 펀드 참여 등 다향한 형태의 지원을 추진키로 했다.
이 밖에 고용 창출 효과가 큰 기업의 자금 애로를 해소하고 중소 · 중견기업의 회사채 발행 지원을 위한 구조화채권 투자 등에도 자금을 공급할 예정이다. 공사는 이 같은 사업 추진을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해 원화 정책금융채권과 외화채권을 발행하기로 했다. 국가와 동일한 신용등급을 바탕으로 저리의 외화를 차입해 국제금융 시장에서 위상을 확립한다는 구상이다.
이와 함께 구조조정 기업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주인 찾아주기' 사업도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해당 기업 채권단과 유기적인 협력체제를 구축하고 잠재적 인수기업을 상대로 적극적인 마케팅을 벌여 매각 가능성을 높여 나간다는 전략이다. 매각 대금은 중소기업 지원 등 정책금융 재원으로 활용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시장 안전판 역할을 위해선 금융안정기금 및 은행자본확충펀드의 적기 운용에 필요한 대비 태세를 갖추기로 했다. 부실 징후를 조기에 발견하고 선제적 대응 체제를 수립하기 위해 금융기관 재무상황 등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을 올해 2월 중 구축할 예정이다. 정책금융공사의 시급한 과제는 얼마나 이른 시일 안에 조직을 정비하고 산업은행의 정책금융 업무를 대체할 수 있는지 여부다. 산업은행에서 정책금융 업무를 담당하던 임직원을 중심으로 인력을 구성했지만 향후 충원이 더 필요한 상태다. 정책금융공사는 산업은행과 위탁 계약을 체결해 당분간 산업은행과의 공조 속에서 설비투자 등 정책금융 업무를 추진할 계획이다.
유재한 사장은 "공사의 기초를 다잡고 방향을 설정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조기에 정책금융공사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역점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