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항 '올스톱'…하루종일 단 한 척 긴급하역

수도권 화물·택배 '물류대란'
의왕 '컨' 기지 화물차 발묶여

사상 최악의 '눈폭탄'이 쏟아진 4일 서울 등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전국의 물류가 마비됐다. 화물차량 이동시간이 평소보다 2~3배 이상 걸린 데다 항공기 결항마저 속출하면서 운송에 차질이 빚어졌기 때문이다.

가장 타격을 받은 곳은 물류업체.화물 운송이 대부분 중단되면서 건설 현장 등에 보내야 하는 자재와 소비재 등의 공급이 끊겼다. 인천 남동공단을 비롯해 반월 · 시화공단 등의 물류센터는 화물차량 입출입이 끊기다시피 했다. 이 같은 물류대란 속에 상당수 공장들이 원자재 입고 및 완제품 출고 지연에 따른 피해를 입었다. 연말연시를 맞아 특수를 누렸던 택배업체들도 발이 묶였다. 이날 비상상황 체제에 돌입한 대한통운 · 한진 · 현대 · CJ GLS 등 택배업체들은 긴급히 보내야 할 물량을 처리하는 데 급급했을 뿐 교통이 불편한 지역의 배송은 포기했다. 오토바이를 이용하는 소형 택배업계의 사정은 더욱 딱했다. 택배업계 관계자는 "도로가 너무 미끄러워 배달에 나선 오토바이가 넘어지기 일쑤였다"며 "택배 물량이 몰리는 상황에서 당분간 강추위가 계속된다고 하니 소비자들이 퀵서비스를 이용하기 힘들 것 같다"고 전했다.

수도권 물류의 중심 역할을 담당하는 경기 의왕 내륙컨테이너기지에서도 화물차 500여대가 하얀 눈에 뒤덮인 채 꼼짝하지 않았다. 빈 컨테이너를 싣고 다른 지역 공장으로 떠날 차량과 부산항에서 수입 컨테이너를 싣고 올라온 차량이 각 공장으로 제대로 이동하지 못해 차질이 빚어졌다. 화물열차로 하루 평균 컨테이너 1000여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처리하던 의왕기지는 평소 물동량의 10~12%(100~120TEU)를 처리하지 못했다.

인천항의 경우 눈이 그친 이날 오후 9시께부터 인천에서 중국 웨이하이로 출항하는 1만6000t급 카페리 '퀸칭다오호'가 여객 수송을 이유로 긴급 하역작업을 했을 뿐 나머지 내항 입출항 선박의 하역작업은 '올스톱'됐다. 인천 내항으로 입출항 예정이던 화물선 37척 가운데 13척의 스케줄이 취소됐다. 취소 선박은 대부분 화물을 선적하지 못해 출항을 포기했다. TV홈쇼핑 업계는 배송 지연이 예상됨에 따라 고객들에게 배송 가능 일자를 평소보다 늦춰 방송화면 자막을 통해 안내했다. GS샵은 고객들에게 '폭설로 배송이 예정일보다 2~3일 정도 지연될 것 같습니다'는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업계 관계자는 "갑자기 내린 많은 눈으로 인해 배송 지연이 불가피하다"며 "고객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하루 이틀가량 늦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물류대란은 제설용 염화칼슘을 납품하는 업체들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지방자치단체들로부터 염화칼슘을 납품해 달라는 주문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이를 공급할 트럭 등 운송 수단을 확보하기가 여의치 않았기 때문이다. 염화칼슘 수입판매 업체인 화인글로벌 관계자는 "작업량이 갑자기 늘어나는 통에 염화칼슘을 실어 나를 트럭과 지게차를 구하기 어려워 애를 먹었다"며 "식사를 제때 하지도 못할 정도로 하루종일 정신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정선/임기훈 기자 sun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