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다시 뛴다] 예금보험공사…시장리스크 상시 감시 등 안정적 기금관리 체계 구축

예금보험공사(이승우 사장)는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 와중에도 금융 시스템을 안전하게 지켜냈을 뿐 아니라 예금보험제도를 개선하기 위한 숙원과제들도 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예보는 기금 적립수준에 따라 예금보험료율을 조정해주는 목표기금제를 도입하는 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은행 보험 증권업종의 보험료율을 내렸고 상호저축은행은 올렸다. 5년 후 차등보험료 제도를 도입할 수 있는 법령개정도 이끌어냈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가입러시를 이룰 것으로 보이는 퇴직연금을 예금보험 대상으로 새로 포함시켰다. 확정기여형(DC) 퇴직연금과 개인퇴직계좌(IRA)의 적립금이 정기예금이나 원금보장형 보험상품 등으로 운용될 경우 예금보험 대상으로 인정되도록 했다.

10년 넘게 끌어온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에서도 큰 진전을 이뤘다. 금융위기 여파로 국제금융시장 상황이 어려웠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금융 지분 7%를 블록세일 방식으로 전량 매각하는 데 성공했다.

예보는 올해 달성해야 할 전략과제로 여섯가지를 꼽고 있다. 안정적인 기금관리 체계 구축을 비롯해 △시장친화적 리스크 상시감시 △금융회사 부실의 적시정리 △지원자금의 효율적 관리 및 회수 △엄정한 부실책임 추궁 △조직역량 강화 등이다. 기금관리와 관련,무엇보다 중요한 과제는 2014년부터 도입되는 차등보험료율제를 차질없이 실시하기 위한 준비다. 금융권별 보험료율을 달리 정하는 기준이 되는 차등평가지표를 발굴하고 가다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금융권별 의견도 수렴해야 한다.

예금보험기금의 운용을 다각화해 수익성을 제고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제2차 금융위기 발발시 대형 금융회사가 부실화할 경우에 대비해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을 마련하는 작업에도 착수할 방침이다. 각종 리스크가 혼재된 새로운 복합금융상품에 대해서도 예금보호 대상 여부를 판별하는 데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기로 했다.

예금보험 적용 대상 금융기관에 대한 모니터링은 주로 저축은행에 집중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저축은행에 대한 경영컨설팅을 늘리는 한편 재무지표뿐만 아니라 비재무정보도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기로 했다. 부실화 우려가 있는 저축은행에 대해서는 모니터링을 지속적으로 실시하되 영업정지 상황이 발생하는 경우엔 최대한 신속하게 정리해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방침이다. 무리한 자산 확대 등 외형 경쟁이 재연되지 않도록 감시하는 한편 유동성 위험이 있거나 파생상품 투자 등으로 재무건전성이 취약해질 우려가 높은 금융회사,대형화 추세에 있는 저축은행 등을 중점적으로 모니터링 하기로 했다.

부실저축은행 정리제도와 관련해서는 금감원이 영업정지를 명령하기 전에 예보가 재산실사에 참여할 수 있게 제도화하고 경영개선명령(증자명령) 이행기간을 단축하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공적자금 회수를 극대화하기 위한 노력에도 만전을 기할 계획이다. 우리금융지주회사 지분은 올해 소수지분 추가 매각뿐 아니라 경영권 지분까지 매각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승우 예보 사장은 "우리금융 지분 매각은 정책당국 등과의 협의를 통해 합병,분리매각 등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되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뿐만 아니라 금융산업 발전 등 정책적인 사항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차질없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예보 산하 기관인 정리금융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한국전력 등 주요기업 주식도 매각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공적자금 투입에 직접적인 원인이 됐던 부실책임자에 대해서는 끝까지 추적해 책임을 묻는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부실책임조사 경험이 있는 직원들이 퇴직을 하더라도 예보의 조사능력이 떨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내근직원들에게 현장조사 경험을 만들어줄 계획이다. 조직 정비 차원에서는 예보 경비예산의 12%를 절감한다는 목표를 잡았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