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기업 다시 뛴다] "금융산업 글로벌화 원년 만들자"

김태준 한국금융연구원 원장
지난해 한국 경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 경상수지 흑자 행진이 계속되면서 외환보유액이 2700억달러를 넘어섰고 일부 대기업은 사상 최대의 이익을 실현했다. 세계 경제 회복 과정에서 예기치 못한 변수가 나타날 수도 있지만 올해도 한국 경제는 꾸준히 개선되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경제성장률은 민간투자 증가와 수출 다변화 효과 등에 힘입어 4~5%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외 경제에 글로벌 금융위기의 먹구름이 걷혀가고 있는 시점에서 국내 금융산업이 어느 수준에 와 있는지를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국내 금융회사들은 그동안 리스크 관리나 영업 기법 등 여러 가지 면에서 상당한 발전을 이뤘다.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는 국내 금융산업이 아직 선진국 수준과는 차이가 있음을 다시 한번 느끼게 해 줬다. 좁은 내수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과정에서 국내 은행들은 예대율이 지나치게 높아졌고 이로 인해 국제 금융시장에서는 국내 금융권이 유동성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오기도 했다. 이 같은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내시장에서 제살 깎아먹기식 경쟁을 펼치기보다는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 외연을 확장할 필요가 있다. 마침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국제 금융시장에서 국내 금융회사들이 입지를 마련할 수 있는 빈틈이 생겨나고 있다. 선진국과 중국의 금융회사들은 이 기회를 이용해 인수 · 합병(M&A)을 통한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 우리가 아는 세계적인 금융회사들은 해외 진출과 국제화를 통해 지금의 위치에 이르렀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다른 한편 글로벌 금융위기를 통해 우리 금융회사들의 가능성도 발견할 수 있었다. 세계적인 금융회사들이 파산하거나 정부 소유로 넘어가는 과정에서도 한국의 은행들은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성과 자본 건전성을 유지했다. 물론 국내 금융회사들이 단기간에 글로벌 수준으로 도약하기는 쉽지 않다. 선진 금융회사와 당장 맞대결을 벌이기에는 실력이 부족하다. 그러나 아시아를 비롯한 신흥국가를 시작으로 현지법인 설립,현지 은행 M&A 등을 단계적으로 해 나간다면 머지 않아 선진국 시장까지도 넘볼 수 있는 때가 올 것이다.

제조업 분야에서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한국 기업이 많다는 사실은 금융산업에서도 한국이 글로벌 리더가 될 잠재력을 갖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제 금융에서도 삼성전자 현대자동차에 비견될 글로벌 기업이 나와야 할 때가 됐다. 냉철한 판단력으로 국제 금융시장의 흐름을 정확히 읽고 민첩하게 행동한다면 한국 금융산업 앞에 새로운 도약의 기회가 열릴 것이다. 2010년이 한국 금융산업이 세계 수준으로 도약한 원년으로 기록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