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목동 '학군發 전세 대란'…한달새 6000만원 치솟아

물량 부족한데 방학 수요 겹쳐…2006년 '최고가' 대부분 갈아치워
소형평형 구하기 '하늘의 별따기'…물건 나오고 두시간이면 거래 끝
새해 연초부터 서울 강남,송파,양천구(목동) 등 일부 지역의 전셋값 오름세가 멈출 줄 모르고 있다. 이들 지역에서는 신규 공급이 워낙 적은 반면 고교선택제 축소 이후 학군이 좋은 곳으로 이사가려는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전셋값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선 주택 수급과 함께 교육까지 아우르는 특단의 종합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5일 부동산 중개업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상승세를 보인 강남과 송파 등 강남권과 목동 일대의 전셋값이 새해 들어서도 계속 오르면서 일부 지역에선 2006년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미도아파트 113㎡의 경우 전세가가 지난해 가을 4억원 안팎에 형성됐으나 지난해 12월 중순께 4억5000만원에 계약이 체결된 데 이어 최근 4억8000만원에 거래됐다. 전셋값이 최고를 기록했던 2006년의 4억2000만원을 훌쩍 뛰어 넘었다. 전세 물량도 바닥난 상태다. 인근 일원동 한신아파트 112㎡도 한 달 만에 5000만원 이상 뛴 3억6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이 아파트의 이전 전세 최고가는 3억원이었다.

대치동 다원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1100세대 규모의 청실아파트가 재건축을 앞두고 오는 7월부터 이주할 계획이어서 이 지역에 전세난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하반기에도 전셋값 강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의 전세가도 전달에 비해 무려 10%나 올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엘스,리센츠,트리지움 등 대규모 단지의 20평형대는 3억3000만~3억4000만원에 전세가 나온다. 전달 4억원에 거래되던 30평형대는 4억3000만~4억4000만원 선에 시세가 형성됐다. 대치동으로 가려던 학군 수요가 대체 지역으로 상대적으로 저렴한 잠실을 선택하고 있는 데다 신혼부부들이 교통이 편리한 잠실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잠실에서 영업 중인 금성공인 노승준 공인중개사는 "20평형대는 물건이 나오면 두세 시간 안에 계약이 된다"고 전했다.

목동신시가지도 전세난을 겪고 있다. 한 단지에 간혹 1~2개 정도 물량이 나오며 이마저도 한두 시간 안에 거래가 끝난다. 90㎡의 경우 2억9000만원,116㎡는 3억8000만원 선이다.

목동에서 중개업무를 하는 신공웅 온누리공인 사장은 "작년 가을부터 시작된 전세난이 이어지고 있다"며 "전셋값이 2006~2007년 당시 최고가에 거의 도달했으며 이달 안에 최고가를 새로 기록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올해 서울지역 신규 입주 주택은 5만9200채(서울시 발표)지만 절반 이상이 강북에 몰려 있어, 재건축 이주 수요가 많은 강남권과 목동지역의 전세난 해소에는 한계가 있을 전망이다.

김일수 기업은행 부동산팀장은 "강남권 전세난이 강동 · 광진 · 성동구로 퍼지면서 서울 시내 전체에 도미노처럼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강남권 재건축과 강북 뉴타운 개발에 따른 이주 수요가 맞물릴 경우 상황이 예상보다 심각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대표는 "전세 가격은 철저하게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되는데 최근 강남권 등 일부 지역의 전셋값 상승은 수요과 공급의 불균형이 심하다는 신호"라며 "특히 학군 수요는 주택 수급과 교육문제를 패키지로 풀어야 할 과제"라고 말했다.

김문권/장규호/성선화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