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자재 배달 '스톱'…동네 삼겹살집 "상추는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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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전북 폭설…마트 등 물건공급 안돼 일부 품절 사태사상 최대 폭설이 4일 수도권에 내린 데 이어 충북과 전북 일부 지역에 5일 20㎝ 안팎의 폭설이 쏟아지면서 '생활 물류'와 '골목길 물류'가 타격을 입고 있다.
퀵서비스 영업중단·농산물값 하룻새 50% 급등
채소와 청과류 주산지인 충북과 전북 일부 지역이 폭설피해를 입어 이들 품목의 반입량이 평소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수도권에선 주요 간선도로가 빠르게 정상화되고 있는 것과 달리 동네 골목길이나 언덕길은 쌓인 눈이 얼어붙어 상추와 시금치 등 채소류가 음식점과 가게에 제때 공급되지 않고 있다. 5일 농수산물유통공사에 따르면 채소와 과일 물량은 총 4300t으로 전일대비 59% 수준에 그쳤다. 농림수산식품부 측은 "하루 사이를 두고 수도권과 중부권에 폭설이 내리면서 물류가 타격을 받아 물량반입이 품목에 따라 평상시보다 절반 이상 줄었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미나리가 하룻새 52%나 폭등한 것을 비롯해 상추(42%), 열무(23%), 시금치(21%),치커리(47%),청경채(24%) 등 일반 가정과 음식점에서 흔히 먹는 채소류 가격이 일제히 급등했다. 가락동농수산물시장 관계자는 "앞으로 최소 이틀간 채소물류가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중부권 폭설은 가뜩이나 어려운 서울 주택가 슈퍼와 식당들을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서울 대현동 '영슈퍼'에선 우유와 채소 배송차량이 이날까지 이틀간 오지 않아 해당 품목이 동났다. 금호동 Q마트도 두부나 콩나물,우유 등 유통기한이 짧은 품목은 물론 라면,소주까지 바닥났다. 아현동 25시먹거리식당의 이상연 사장은 "야채가 안 들어와 시금치,봄동 같은 나물은 밑반찬으로 못 내놨다"고 말했다. 같은 동네의 남성식당은 수산물 차량이 오지 않아 메뉴에서 동태찌개를 뺐다. 심지어 상추,고추 등을 당분간 제 물량대로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일부 고깃집들은 아예 내놓지 않는 등 물량 조절에 나서기도 했다.
첨단 물류시스템을 자랑하는 대형마트도 예외가 아니었다. 롯데마트 서울역점 라면 · 음료코너에는 '물류 배송 지연으로 품절되었으니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팻말을 내걸었다. 이마트와 홈플러스에도 상품 입고가 평소보다 3~6시간 늦어졌다. GS수퍼마켓은 4일 하루 온라인 주문 접수를 중단했다. GS수퍼 관계자는 "조치원 중부물류센터도 중남부 폭설로 인한 배송 지연이 우려돼 차량 출발시간을 앞당기고 있다"고 설명했다.
골목물류가 생명인 피자 등의 배달 전문업체들도 지역에 따라 이틀째 매상이 줄어 울상을 지었다. 도미노피자는 4~5일 서울 · 수도권,강원,충청지역에서 배달을 일시 중단했다. 일부 퀵서비스 업체들은 폭설로 이틀째 영업을 하지 못해,긴급 서류 배달을 요청한 고객들이 발을 동동 굴렀다. 현대택배는 지난 4일 사무실 직원 250명 전원을 투입해 평소보다 4시간가량 늦은 밤 11시까지 배송을 했다. 국내 최대 식자재 공급업체인 아워홈은 수도권 배송차량을 20대(10%) 증편하고 배송기사들의 출근시간을 오전조는 3시간,오후조는 4시간 각각 앞당겼다. 아워홈 관계자는 "청원,용인 등 물류센터 주변은 교통이 여의치 않아 배송기사들이 아예 주변 모텔에서 자고 출근했다"고 말했다.
최진석/강유현 기자/백상경/김미리내 인턴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