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스마트한 마이크로 비즈니스

대통령이 국민과의 대화를 하는 프로그램을 방송에서 본 적이 있다. 누군가 서민들에 대한 무보증 소액 대출에 대해 묻자 대통령은 수백억원씩 빌리는 기업과 비교하며 몇 백만원을 빌려서 어렵게 사업하는 영세서민들은 반드시 그 돈을 갚을 사람들이라고 확언했다. 창업컨설턴트로서 절대적으로 동의를 하고 공감하는 말이다. 작은 점포 아르바이트생을 봐도 갖고 싶은 게 있어서 단기적으로 일을 하는 직원보다는 주경야독을 하거나 어려운 가정을 돕기 위해 일하는 사람들이 훨씬 더 근면하고 성실한 경우를 많이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그런데 그 적은 금액으로 무슨 사업을 어떻게 성공적으로 운영할 것이냐는 문제가 남아있다. 최근에 내가 만난 A씨는 대학졸업 후 불안정한 직장환경 때문에 창업을 했다. 입지를 잘못 선정하는 바람에 최근 소득이 거의 없지만 점포 인수자도 없고 월세는 내야하기 때문에 가게를 계속 운영하고 있다. 그는 2000만원 안팎으로 재도전할 업종을 찾고 있지만 권할 만한 사업이 마땅치 않다. 추가로 대출을 받아서 5000만~6000만원대 자금을 만든다고 해도 경쟁이 치열한 분야에서 경쟁력 약한 사업을 하게 될 것은 뻔하다. A씨와 비슷한 사정으로 추운 겨울을 보내고 있는 자영업자가 우리 주변에는 너무 많다. 일본의 한 유명 컨설턴트를 만나서 장기 불황인 그 나라 사정을 물어봤다. 정부의 특별한 지원 제도는 없고,대신 사업에 실패해도 소액으로 도전할 업종이나 아르바이트 일감이 많아서 열심히 일해서 다시 저축을 한 다음 재도전하는 사업자가 대부분이라고 한다.

영세서민 대출도 필요하지만 미국 유럽 일본 등 선진국처럼 소액투자형 마이크로 사업 업종을 다양하게 개발하는 것이 절실하다. 우리 건물 앞의 한평 남짓한 구두닦이 가게가 지난해 서울시의 디자인정책의 일환으로 세련된 디자인으로 바뀌었다. 알루미늄 새시로 대충 꾸며진 일터가 멋지고 환해지면서 그분이 좋아하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 디자인 개념이라고는 없는 이동식 판매차량이나 노점상,그것도 불법취급까지 받아야 하는 영세서민들의 생활은 고달프다. 외국처럼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아름다운 이동차량과 초미니점포,사업자등록증을 내고 떳떳이 사업하게 할 수는 없을까. 이동애견미용실,카세차,방문오일교환,각종 수리수선업같이 전문교육을 받고 멋진 제복을 입고 고객에게 출동하는 마이크로 비즈니스를 만들 수는 없을까. 고학력자가 도전해볼 만한 북카운슬러 직종이나 여성들의 솜씨제품 유통사업은 어떨까.

올해부터 미소금융재단이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한다는 데 그에 못지않게 영세서민들이 종사할 수 있는 다양한 틈새업종의 개발과 이들 사업의 스마트화가 절실한 시점이다.

이 경 희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소장 okceo@changup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