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1996년부터 농축우라늄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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柳외교, 핵능력 아직 가늠 못해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은 6일 "북한은 1994년 제네바 합의 직후 최소한 1996년부터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을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 장관은 이날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확실한 것은 북한이 농축 우라늄 개발을 상당히 일찍 시작했다는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6자회담 의제에 포함돼야
유 장관은 그러나 "현재 수준이 어느 단계인지,북한이 농축 우라늄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지,핵무기는 얼마나 가지고 있는지는 모른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지난해 우라늄 농축 실험에 성공했다고 주장한 만큼 (6자회담이 열리면) 당연히 의제에 포함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 장관이 직접적으로 고농축 우라늄(HEU) 개발에 대해 지목하지 않았지만 북한의 핵개발 역사를 감안할 때 농축 우라늄 프로그램의 종착역은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HEU에 닿아있다는 게 정설이다. 따라서 북한의 HEU 비밀개발 의혹은 향후 북핵협상의 판도를 뒤흔들 '태풍의 눈'이 될 수도 있다.
유 장관의 발언은 당초 1990년대 말 또는 2000년대 초반 무렵으로 알려졌던 북한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착수 시점을 사실상 뒤집는 것이다. 이에 따라 북한의 우라늄 농축 능력이 예상보다 훨씬 강력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핵탄두를 만드는 방법은 크게 '농축 우라늄을 고농축하는 방식'과 '폐연료봉 사용 후 나오는 플루토늄을 재처리하는 방식'으로 나뉜다. 제네바 합의는 이 중 북한의 플루토늄 재처리를 막은 것이었다.
이와 함께 유 장관은 주한미군 철수 등 북한이 주장하는 '평화체제'와 관련해서는 "평화체제부터 논의하자는 것은 비핵화 과정이 진전된 후 별도의 포럼에서 평화체제 문제를 논의하자는 9 · 19 공동성명의 취지에도 맞지 않고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며 "이는 북한이 비핵화를 안 하겠다거나 지연시키겠다는 전술로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장성호 기자 ja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