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신년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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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쇼생크 탈출'에서 주인공 앤디(팀 로빈스)가 틀어준 모차르트의 오페라아리아 '저녁 바람이 부드럽게'를 들은 레드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탈리아 여자의 목소리가 그렇게 아름다운 줄 몰랐다. 우리 모두는 그때 아름다운 새가 되어 하늘 높이 날아가는 것 같았다. 교도소 벽이 무너지는 듯한 자유로움도 느꼈다. "
음악은 이렇게 묘한 힘을 지녔다. 좋은 음악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당장의 처지에 상관없이 꿈을 갖게 만든다. 누추한 삶에 빛을,팍팍하던 마음에 설렘을,서걱거리던 가슴에 부드러움을 가져다 준다. 불안과 초조,자신을 가두고 옥죄는 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와 의욕을 심는다. 교향곡과 합창은 독창이나 독주와 또 다른 울림으로 다가선다. 아프리카의 어떤 부족은 이른 새벽 다같이 노래함으로써 적들에게 깨어있음을 알리는 동시에 일체감을 북돋운다고 하거니와 교향곡과 합창은 여럿이 만드는 조화의 힘을 일깨운다.
'2010년 신년음악회'(문화체육관광부 주최)가 5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 음악당에서 열렸다. 길,공존,흐름,아우름,대한민국이란 주제에 맞춰 교향곡과 오페라 아리아, 발레와 시 낭송,경복궁타령과 홀로아리랑 등으로 꾸미고 '한국환상곡(안익태)'으로 마무리했다.
피아노 연주를 겸한 김대진씨의 생동감 넘치는 지휘와 강동석(바이올린) 양성원(첼로) 김재형(테너)씨 등 세계적인 연주자들의 솜씨는 물론 젊은 발레리나와 발레리노의 수준 높은 공연은 감탄을 자아냈고,만세 소리 우렁찬 '코리아 판타지'는 객석 가득 연대감을 불어넣었다음악이란,문화란 이런 것이다. 누가 뭐라고 말하지 않아도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이날의 음악회엔 정운찬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 · 관계 및 문화예술계 인사,중소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거니와 앞으론 각계 각층,특히 어렵고 힘든,미래에 대한 불안에 떠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신년음악회가 늘어났으면 싶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길을 잃었던 사람도 예술의전당 · 세종문화회관 · 국립극장 객석에 앉아보면 문득 모든 걸 떨쳐내고 일어설 용기를 갖게 될지도 모른다. 문화강국이란 호화찬란한 건물을 짓고 여기저기 요란하게 치장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삶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하는,그럼으로써 자신을 추스르고 주위를 살피는 기회를 늘려줄 때 자연스레 이뤄지는 것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
음악은 이렇게 묘한 힘을 지녔다. 좋은 음악은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당장의 처지에 상관없이 꿈을 갖게 만든다. 누추한 삶에 빛을,팍팍하던 마음에 설렘을,서걱거리던 가슴에 부드러움을 가져다 준다. 불안과 초조,자신을 가두고 옥죄는 틀에서 벗어날 수 있는 용기와 의욕을 심는다. 교향곡과 합창은 독창이나 독주와 또 다른 울림으로 다가선다. 아프리카의 어떤 부족은 이른 새벽 다같이 노래함으로써 적들에게 깨어있음을 알리는 동시에 일체감을 북돋운다고 하거니와 교향곡과 합창은 여럿이 만드는 조화의 힘을 일깨운다.
'2010년 신년음악회'(문화체육관광부 주최)가 5일 저녁 서울 예술의전당 음악당에서 열렸다. 길,공존,흐름,아우름,대한민국이란 주제에 맞춰 교향곡과 오페라 아리아, 발레와 시 낭송,경복궁타령과 홀로아리랑 등으로 꾸미고 '한국환상곡(안익태)'으로 마무리했다.
피아노 연주를 겸한 김대진씨의 생동감 넘치는 지휘와 강동석(바이올린) 양성원(첼로) 김재형(테너)씨 등 세계적인 연주자들의 솜씨는 물론 젊은 발레리나와 발레리노의 수준 높은 공연은 감탄을 자아냈고,만세 소리 우렁찬 '코리아 판타지'는 객석 가득 연대감을 불어넣었다음악이란,문화란 이런 것이다. 누가 뭐라고 말하지 않아도 서로에게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이날의 음악회엔 정운찬 국무총리를 비롯한 정 · 관계 및 문화예술계 인사,중소기업 관계자들이 참석했거니와 앞으론 각계 각층,특히 어렵고 힘든,미래에 대한 불안에 떠는 이들을 대상으로 한 신년음악회가 늘어났으면 싶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 길을 잃었던 사람도 예술의전당 · 세종문화회관 · 국립극장 객석에 앉아보면 문득 모든 걸 떨쳐내고 일어설 용기를 갖게 될지도 모른다. 문화강국이란 호화찬란한 건물을 짓고 여기저기 요란하게 치장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삶의 가치를 되돌아보게 하는,그럼으로써 자신을 추스르고 주위를 살피는 기회를 늘려줄 때 자연스레 이뤄지는 것이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