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회사는 숙명적으로 '공공의 이익' 생각해야"

[경제장관 신년 대담] 진동수 금융위원장
대담=고광철 부국장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조달청장 시절(2005년 7월~2006년 5월) KTX열차를 타고 서울과 대전을 숱하게 오갔던 기억을 되새기며 머리를 흔들었다. "실용적인 측면에서 보면 세종시로 행정부처를 이전하는 것은 비효율의 극치예요".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씨를 보인 6일 미소금융 대구 서구지점 개소식 참석차 대구행 KTX를 탄 진 위원장은 당시 힘들었던 기억을 지우고 싶기라도 한듯 바로 본론인 금융정책 방향으로 들어갔다. 관치금융 논란을 빚은 강정원 국민은행장의 KB금융지주 회장 내정자 사퇴건을 묻자 특유의 신중한 표정으로 "할 말은 많지만 자제하겠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금융회사는 숙명적으로 '공공의 이익'을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 다시 한 번 분명해졌습니다"라고 강조했다. 고광철 한국경제신문 부국장 겸 경제부장이 진 위원장을 동행하면서 신년대담을 가졌다.


▼강 내정자 사퇴를 놓고 관치금융의 부활이라는 비판이 계속 제기되고 있다.

"지금 이 문제를 보는 시각이 한쪽으로 치우쳐 있어 전달이 잘 안 된 것 같다. 어쨌든 이번 일이 매끄럽지 않게 된 측면이 있다는 점은 아쉽다. "▼이번 사태의 원인이 된 금융회사 사외이사 제도개선 문제는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현 사외이사제도는 양 극단의 문제가 있다. 주인 없는 회사에서 사외이사가 권력화되면서 CEO(최고경영자)와 유착되거나 거수기 역할에 그치는 문제가 있다. 이를 제도적으로 해결하자는 것이다. 이달 말께 은행연합회에서 구체안을 발표할 것이다. "

▼민간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정부가 직접 나서는 게 합당하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금융회사에 문제가 발생하면 정부가 나서서 공공재원으로 해결하지 않느냐.예금자 보호라는 울타리 안에서 보호받는다. 국민들의 부담이다. 반면 그간 금융회사가 많은 수익을 내면서 과도한 보상에 안주한 측면도 있다. "

▼이익의 사유화와 손실의 사회화라는 지적인가. 외국도 그렇지 않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 20개국(G20) 정상들이 제일 먼저 해결하자고 한 것이 보상문제이고 또 지배구조 문제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지난해 6월 논의를 정리했다. 이사회가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전문성을 강화하고 이사의 후보추천과 선임에 대해 주주들의 역할이 강화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영국은 사외이사 선임과정에서 FSA(금융감독청)가 선임한 어드바이저의 면접을 받도록 했다. "▼금융회사에 대한 관치는 필요한가. 필요하다면 어느 수준이 적정한가.

"어려운 일이다. 아트(Art) 수준의 얘기다. 왜 어렵느냐.단순히 경제와 금융의 논리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그 나라의 정치와 문화에 따라 각각 다르다. 일률적으로 어느 정도 치(治)해야 하느냐에 대한 정답은 없다. "

▼최소한의 원칙은 있지 않겠나.

"물론이다. 공공의 이익이다. 금융업은 정부가 제공한 신뢰를 바탕으로 비즈니스를 할 수 있도록 위임해준 산업이다. 금융은 문제가 되면 실물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경제에 심대한 타격을 미친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움직이는 치(治)는 허용돼야 한다. "

▼결국 금융업의 본질이 무엇이냐는 문제로 돌아왔다.

"금융은 실물경제의 혜택을 공유하는 간접산업이다. 실물경제와의 균형이 유지돼야하고,마땅히 규제의 틀 내에서 관리돼야 한다. 물론 금융이 부가가치를 생성하고 실물경제발전을 촉진하는 기능도 있지만 균형이 깨지면 엄청난 피해를 준다. "

▼주주와 공공의 가치가 충돌할 때는 어떻게 할 것인가.

"공공의 가치가 당연히 우선된다. 그 점이 은행이 삼성전자 현대차와 다른 점이다. 금융회사에 대한 기초적인 신뢰는 정부가 준 것이다. "

▼금융수장으로서 지난 한 해를 평가하면서 가장 아쉬운 점은 무엇인가.

"10여년 전 외환위기를 겪고 절치부심했지만 지난해 또다시 외환위기가 올 뻔했다는 것은 정말 아픈 것이다. 실력보다 빨리 자본시장 개방이나 외환자유화를 서둘렀다고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가버렸고 되돌릴 수 없다. 인도 멕시코 브라질도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 G20차원에서 이 부분에 대한 해답을 줘야 한다. "

▼외은지점은 규제하기 어렵나.

"건드리기 어렵다. 국내 채권시장과 연결돼 있고 저비용으로 외환을 들여오는 순기능도 있다. 단칼에 자른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아니다. 숙제다. "

▼올해 예의주시해야 할 분야는 무엇인가.

"내부적으로는 외환문제를,국제적으로는 달러캐리를 주목해야 한다. 2008년에는 엔캐리라는 국제적으로 싼 자금이 돌아다니면서 상당히 많은 문제를 일으켰다. 국제적인 자금의 흐름이 어떻게 되느냐 유의해서 봐야 한다. 외환보유액이 많이 확충됐지만 아직도 취약하다. "

▼금융회사의 경쟁력은 어떻게 평가하나.

"인재부족과 전문성이다. 지난해 논란이 된 키코(환율파생금융상품) 문제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정확하게 이를 아는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를 봐라.잠재적인 CEO 배출 시스템을 갖고 있지만 금융회사는 그것을 하지 못했다. 하위직 고임금 문제도 해결돼야 한다. 현 상황에서 경쟁력이 생길 수 없다. 근본적인 임금체계 개혁을 모색해야 한다. "

▼금호아시아나그룹의 구조조정은 잘될 것으로 보나.

"팬택이나 SK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채권단과 경영진이 기업을 살리겠다는 의지로 몸을 던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사업적 관점에서는 전략적 선택이 필요하다. 핵심 사업중심으로 가져가면서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히 잘라내야 한다. "

▼올해 중점 목표는."시장과의 소통을 강화하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직접 규제를 선호하지 않는다. 관치금융이라는 소리를 듣지 않으려고 했는데 아쉽다. 공공의 이익을 위해 어떤 치(治)를 해야 할지,어떻게 스마트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하지만 금융의 불안으로 시스템 위기가 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일보전진을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그런 일이 생기면 안 된다. 그게 최우선 순위다.

정리=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