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세상] 모닝은 가지만 BMW는 가지 못하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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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를 맞아 모처럼 시간을 냈다. 지난 1일 저녁 경기도 포천에 갔다. 마침 BMW의 시승차 740Li도 있어 가족들에게 즐거움도 주겠거니 했다. 기대는 빗나가지 않았다. 과연 2008년 12월 출시된 '뉴7시리즈'다웠다. 좌석의 안락함은 비행기 1등석을 연상케 했다. 승차감도 쾌적했다. 가속도 빨랐다. 출발 후 6초 만에 시속 100㎞에 도달한다는 설명이 허언이 아니었다. 단번에 다른 차를 앞지르는 기쁨도 제법 컸다. '이 맛에 고급승용차를 모는구나'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가족들도 740Li의 성능에 탄성을 연발했다.
다음 날 아침 눈이 내리고 있었다. 정초의 서설이었다. 스키장에 가기 위해 차를 움직였다. 눈이 약간 쌓여 있었지만 자동차를 운행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국도에서 지방도로 들어선 지 10분이나 지났을까. 자동차가 움직이지 않는다. 웬일인가 싶어 내렸더니 눈덮인 약간의 오르막길이다. 이리저리 조작해봤지만 나가지 않는다. 스노체인도 없다. 고급 수입차를 잘 조작하지 못한 탓이려니 했다. 궁여지책으로 BMW서비스센터에 도움을 청했다. 답은 이랬다. "저속기어를 넣으세요. 미끄럼방지 버튼을 누르세요".결과는 같았다. "그래도 안 되는데요"라고 되물었다. "후륜차량이라 그런 문의가 가끔 옵니다. 정 안 되면 견인차를 부르세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스키장이고 뭐고 포기했다. 빨리 국도로 올라서는 게 급선무였다. 국도로 진입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경사가 다소 큰 오르막길.차가 많이 다녀 눈 사이로 바퀴자국이 나 있었다. 옳다구나 싶어 올라섰다. 3분의 2쯤 올라갔을까.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뒤따르던 자동차들이 힐긋거리며 차를 비켜달라고 경적을 울려댄다. "젠장." 어찌어찌 해서 국도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국도가 약간의 오르막이다 보니 차가 움직이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식은땀이 흐르는 찰나,주위의 차들은 왜 그리 잘도 달리는지. 비단 사륜구동만이 아니었다. 아반떼도 지나가고 모닝도 스쳐간다. 그 다음 상황은 뻔하다. 계획을 망친 가족을 달래기 위해 땀을 또 흘려야 했다.
수도권에 사상 최대의 폭설이 내린 건 이틀 후였다. 맛보기로 온 눈에 후륜구동 자동차는 속수무책이었다. 후륜구동이 이처럼 눈쌓인 오르막길에서 맥을 못 출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비단 BMW만이 아닐 것이다. 고급수입차 대부분이 후륜구동이다. '눈쌓인 서울 강남의 휘문고 고갯길을 거뜬히 올라가는 고급수입차는 전륜구동인 렉서스뿐'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고 하니 고급 승용차 대부분이 이번 폭설에 단단히 곤욕을 치렀을 게 분명하다.
후륜구동은 고급차로 인정받기 위한 조건이라고 한다. 현대차도 제네시스와 신형에쿠스 등을 후륜구동으로 만들어 고급차 브랜드의 위용을 과시했다. 전문가들은 "유럽은 지대가 평탄한 데다 제설작업도 빨라 후륜구동도 별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후륜구동의 장점이 고스란히 구현되는 환경이라는 얘기다.
누가 뭐래도 BMW,특히 740Li는 분명 훌륭한 차다. 1억4600만원이나 되는 차값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달리는 비행기'라는 말도 지나친 과장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쌓인 오르막길에선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내 차가 고급 수입차가 아니면 어떠하랴.눈쌓인 오르막길에서는 훨씬 잘 달리는 것을.보통차를 모는 모든 운전자들 파이팅이다.
산업부 기자 hayoung@hankyung.com
다음 날 아침 눈이 내리고 있었다. 정초의 서설이었다. 스키장에 가기 위해 차를 움직였다. 눈이 약간 쌓여 있었지만 자동차를 운행하는 데는 별 문제가 없어 보였다. 국도에서 지방도로 들어선 지 10분이나 지났을까. 자동차가 움직이지 않는다. 웬일인가 싶어 내렸더니 눈덮인 약간의 오르막길이다. 이리저리 조작해봤지만 나가지 않는다. 스노체인도 없다. 고급 수입차를 잘 조작하지 못한 탓이려니 했다. 궁여지책으로 BMW서비스센터에 도움을 청했다. 답은 이랬다. "저속기어를 넣으세요. 미끄럼방지 버튼을 누르세요".결과는 같았다. "그래도 안 되는데요"라고 되물었다. "후륜차량이라 그런 문의가 가끔 옵니다. 정 안 되면 견인차를 부르세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스키장이고 뭐고 포기했다. 빨리 국도로 올라서는 게 급선무였다. 국도로 진입하는 것도 만만치 않았다. 경사가 다소 큰 오르막길.차가 많이 다녀 눈 사이로 바퀴자국이 나 있었다. 옳다구나 싶어 올라섰다. 3분의 2쯤 올라갔을까. 더 이상 움직이지 않는다. 뒤따르던 자동차들이 힐긋거리며 차를 비켜달라고 경적을 울려댄다. "젠장." 어찌어찌 해서 국도에 진입하는 데 성공했다.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국도가 약간의 오르막이다 보니 차가 움직이지 않는 건 마찬가지였다. 식은땀이 흐르는 찰나,주위의 차들은 왜 그리 잘도 달리는지. 비단 사륜구동만이 아니었다. 아반떼도 지나가고 모닝도 스쳐간다. 그 다음 상황은 뻔하다. 계획을 망친 가족을 달래기 위해 땀을 또 흘려야 했다.
수도권에 사상 최대의 폭설이 내린 건 이틀 후였다. 맛보기로 온 눈에 후륜구동 자동차는 속수무책이었다. 후륜구동이 이처럼 눈쌓인 오르막길에서 맥을 못 출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비단 BMW만이 아닐 것이다. 고급수입차 대부분이 후륜구동이다. '눈쌓인 서울 강남의 휘문고 고갯길을 거뜬히 올라가는 고급수입차는 전륜구동인 렉서스뿐'이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고 하니 고급 승용차 대부분이 이번 폭설에 단단히 곤욕을 치렀을 게 분명하다.
후륜구동은 고급차로 인정받기 위한 조건이라고 한다. 현대차도 제네시스와 신형에쿠스 등을 후륜구동으로 만들어 고급차 브랜드의 위용을 과시했다. 전문가들은 "유럽은 지대가 평탄한 데다 제설작업도 빨라 후륜구동도 별 문제가 없다"고 말한다. 후륜구동의 장점이 고스란히 구현되는 환경이라는 얘기다.
누가 뭐래도 BMW,특히 740Li는 분명 훌륭한 차다. 1억4600만원이나 되는 차값이 아깝지 않을 정도다. '달리는 비행기'라는 말도 지나친 과장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눈쌓인 오르막길에선 힘을 발휘하지 못한 것도 사실이다. 그래,부러워할 필요는 없다. 내 차가 고급 수입차가 아니면 어떠하랴.눈쌓인 오르막길에서는 훨씬 잘 달리는 것을.보통차를 모는 모든 운전자들 파이팅이다.
산업부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