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작심(作心)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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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단의 유명한 술꾼 변영로 시인이 어느해 초 느닷없이 금주를 선언했다. 결연한 의지를 주위에 알리려고 금주 패(牌)까지 만들어 목에 걸고 다녔다. 술자리에선 패를 상에 올려놓고 잔을 받지 않겠다고 버텼다니 보통 작심(作心)이 아니었다. 소식을 들은 후배 시인 박인환이 찾아가 "술을 마시지 않는다면 앞으로 '선생' 자를 떼겠습니다"며 농반진반의 으름장을 놓았다고 한다. 그 때문은 아니었겠으나 얼마 안돼 금주선언을 철회하고 말았다.
비단 변영로 시인뿐만이 아니다. 한 리서치업체가 지난해 직장인 1300여명을 대상으로 새해 계획 실천 여부를 조사한 결과 40.7%가 한 달을 못채웠다고 답했다. '작심삼일'은 9.1%였고 하루만에 포기한 경우도 9.3%나 됐다. 평균도 11.1일에 지나지 않았다. 작심의 유효기간이 열흘을 간신히 넘긴 셈이다. 작심한 것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을 때 대부분 자신의 의지 나약을 탓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심리학 전문가 조나 레허가 '작심삼일은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인지능력 한계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뇌가 한 번에 다룰 수 있는 정보량에 한계가 있어 일상적 정보 처리만으로도 버거운 터에 새해 결심처럼 복잡한 정보를 계속 관리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컴퓨터 메모리 용량이 적으면 화면에 여러 개의 창을 띄워 놓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연초엔 대부분 이런 저런 결심을 하게 마련이다. 금연 금주에서부터 운동,외국어 공부,살빼기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의욕을 갖고 시작했겠지만 벌써 느슨해진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게다. 그렇다고 모처럼 한 결심을 헌 신짝 버리듯 내팽개쳐서는 안될 일이다. 사람의 특성상 작심을 오래 지켜내기 어렵다면 늘 각오를 새롭게 다지면서 스스로 채찍질하는 수밖에 없다.
뇌과학자인 이시우라 쇼이치 일본 도쿄대 교수는 '꿈이 이뤄지는 시간 30일'이란 책에서 습관을 바꾸려면 일정 기간 뇌의 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이론을 내놨다. 나쁜 습관을 버리거나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 뇌를 새로 세팅하는 데 적어도 한 달은 걸린다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작심 30일'은 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은 연초니까 일단 목표를 세웠다면 작심삼일을 열 번 반복하는 한이 있더라도 꾹 참고 한 달은 버텨보는 게 어떨까.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
비단 변영로 시인뿐만이 아니다. 한 리서치업체가 지난해 직장인 1300여명을 대상으로 새해 계획 실천 여부를 조사한 결과 40.7%가 한 달을 못채웠다고 답했다. '작심삼일'은 9.1%였고 하루만에 포기한 경우도 9.3%나 됐다. 평균도 11.1일에 지나지 않았다. 작심의 유효기간이 열흘을 간신히 넘긴 셈이다. 작심한 것을 제대로 지키지 못했을 때 대부분 자신의 의지 나약을 탓하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은 모양이다. 심리학 전문가 조나 레허가 '작심삼일은 의지력의 문제가 아니라 뇌의 인지능력 한계 때문'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뇌가 한 번에 다룰 수 있는 정보량에 한계가 있어 일상적 정보 처리만으로도 버거운 터에 새해 결심처럼 복잡한 정보를 계속 관리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컴퓨터 메모리 용량이 적으면 화면에 여러 개의 창을 띄워 놓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얘기다.
연초엔 대부분 이런 저런 결심을 하게 마련이다. 금연 금주에서부터 운동,외국어 공부,살빼기에 이르기까지 저마다 의욕을 갖고 시작했겠지만 벌써 느슨해진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게다. 그렇다고 모처럼 한 결심을 헌 신짝 버리듯 내팽개쳐서는 안될 일이다. 사람의 특성상 작심을 오래 지켜내기 어렵다면 늘 각오를 새롭게 다지면서 스스로 채찍질하는 수밖에 없다.
뇌과학자인 이시우라 쇼이치 일본 도쿄대 교수는 '꿈이 이뤄지는 시간 30일'이란 책에서 습관을 바꾸려면 일정 기간 뇌의 구조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이론을 내놨다. 나쁜 습관을 버리거나 좋은 습관을 들이기 위해 뇌를 새로 세팅하는 데 적어도 한 달은 걸린다는 주장이다. 다시 말해 '작심 30일'은 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직은 연초니까 일단 목표를 세웠다면 작심삼일을 열 번 반복하는 한이 있더라도 꾹 참고 한 달은 버텨보는 게 어떨까.
이정환 논설위원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