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서 다진 실력 G20 준비에 큰 도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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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을 빛낼 인물 (7) 국제기구 개혁안 짜는 최지영 사무관
지난해 11월 대통령직속 기관으로 출범한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준비위원회는 이곳에 들어가려는 공무원들로 역대 최고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짧은 기간 동안 집중적인 업무 강도로 전문성을 쌓을 수 있는 데다 한국 역사상 최대의 외교 현장에서 뛸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G20회의 준비위의 최지영 사무관(32 · 사진)은 "자신이 준비위에 들어올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7일 눈 덮인 삼청동 길이 내려다 보이는 준비위 사무실에서 최 사무관을 만났다. 준비위의 유망주라고 전해들은 이미지와 달리 수줍고 앳된 소녀의 모습이 남아 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눌수록 조곤조곤한 말투 속에서 젊은 사무관의 패기가 전해졌다. 최 사무관은 고려대 통계학과(97학번)를 졸업하고 행정고시 46회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의 첫 업무는 2003년 서울시청 외국인투자유치제도였다. 그는 재경직 합격자답게 '일자리 창출'에 관심이 많았다. 때문에 고용 창출에 도움이 될 만한 외국인투자 유치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됐다. 2006년 당시 재정경제부로 옮겨오면서는 서울시에서의 경력을 살려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업무를 맡았다.
그는 대외업무에서 외국어 실력이 업무 성과를 좌우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외국어는 수단일 뿐이라는 것.최 사무관은 대신 "두려움이 없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선진국이라고 해서 막연한 두려움을 갖기보다는 외국인 또한 또 다른 한국사람이라는 생각을 갖고 자신감 있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전략의 큰 틀은 윗선에서 정해지지만 전술은 사무관의 몫"이라고 힘줘 말한다.
최 사무관은 더 나아가 G20 준비위에서 업무 역량이 한 단계 더 올라가는 것을 느낀다고 한다. 지금까지는 선진국이 정해둔 질서 속에서 일했다면 G20 준비위에서는 우리나라가 세계의 룰(Rule)과 아젠다(Agenda)를 설정하고 있음을 체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현재 맡은 일은 국제통화기금(IMF)이나 세계은행(WB)과 같은 국제기구에 대한 개혁방안을 짜는 것이다. 미국발 금융위기를 예측하지 못하고 대처도 미흡했던 이들 국제기구의 체질을 개선하는 작업이다. 최 사무관은 10여년 전 외환위기 당시 IMF 앞에서 쩔쩔매던 우리나라가 되레 이들의 구조 개혁을 주도하는 칼자루를 쥐었다는 것은 그만큼 국격이 올라갔다는 방증이라는 자부심도 갖고 있다.
그는 요즘 일주일에 네 번은 오후 10시가 넘어서야 퇴근할 만큼 업무 강도가 세지만 그만큼 보람이 있기 때문에 힘들다는 생각이 들지도 않는단다.
오히려 임신 4개월의 몸으로 한 · 미 FTA 팀에 있던 시절에 비하면 '봄날'이라는 농담도 한다. 보건복지가족부에서 일하고 있는 남편의 외조도 큰 도움이 된다. "G20 정상회의만 잘 개최된다면 지금 고생은 아무것도 아니죠.이 회의를 계기로 세계 국가들이 어떤 이슈에 대해서든 한국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주목할 수 있게 된다면 좋겠어요. "
글=박신영/사진=김병언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