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칼럼] '비즈니스 프렌들리' 초심 살려라

생산성 높아져야 선진국진입 가능
기업활동 막는 족쇄 과감히 풀어야
왜 어느 나라는 넘치도록 풍요로운데,어느 나라는 먹는 물마저도 못 구할 정도로 가난한 걸까. 가장 큰 이유를 꼽으라면 단연 생산성의 차이다. 국민들의 생산성이 높은 나라는 잘 살고,그것이 낮은 나라는 못 산다. 우리의 삼성전자는 아프리카의 웬만한 가난한 나라 하나가 생산할 수 있는 가치보다 훨씬 더 많은 것을 생산해낸다. 그래서 우리는 그들보다 잘 산다.

생산성은 우리 자신의 역사를 말해 주기도 한다. 우리 기업과 근로자들은 세계 최고 수준의 유조선과 반도체와 자동차를 넘치도록 생산해 내고 있다. 예전에는 꿈도 꿀 수 없던 것들이다. 많은 산업 분야에서의 눈부신 생산성 향상이 우리로 하여금 지금과 같은 풍요를 누릴 수 있게 해줬다. 생산성과 소득의 관계는 우리 앞날에 대해서도 똑같이 작용한다. 하얀 호랑이의 해를 맞아 많은 이들이 선진국의 꿈에 들떠 있다. G20 회의까지 이 땅에서 열린다고 하니 그럴 만도 하다. 선진국이 되기 위한 핵심은 높은 소득이고 높은 생산성이다. 우리의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고는 선진국의 복지정책도,문화정책도 따라할 수 없다.

그래서 '대한민국 747'이라는 구호가 퇴색한 것이 아쉽다. 지금보다 더 선진국이 되려면 1인당 국민소득이 4만달러쯤은 돼야 한다. 지금의 소득이 대략 2만달러이니,국민 각자가 지금보다 두 배는 더 좋고 더 많은 것을 생산할 수 있어야 4만달러를 달성할 수 있다.

그것을 위해 필요한 조건은 진부할 정도로 분명하다. 국민들 각자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것을 생산하는 데 더 열심히 해야 한다. 기업들은 값나가는 신제품과 원가 절감,품질 개선을 위한 새로운 공법의 개발에 힘을 쏟아야 한다. 정부의 할 일도 분명히 드러난다. 국민들이 생산성을 높일 수 있도록 멍석을 깔아주어야 한다. 이 정부의 본래 슬로건이었던 비즈니스 프렌들리 기조는 그런 원리에 맞았다. 규제를 풀어 기업이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주고,또 세금을 줄여서 투자를 장려하는 것이다. 의료와 방송,교육 등 기업 활동이 허용되지 않던 분야에서 기업가적 능력이 발휘되게 길을 열어준다.

기본적인 자유시장의 원리로 돌아갈 때 우리의 생산성은 높아질 수 있다. 특정 기업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 기업 활동을 막아 왔던 족쇄들을 푸는 것이라 특혜의 여지도 작았다.

그런데 지난 2년간의 실제 행보는 그런 것과는 거리가 있어 보인다. 수도권 규제,부동산 규제 등 큰 덩어리의 규제들은 여전히 예전과 그다지 다르지 않고,법인세 인하 공약도 색이 바랬다. 투자개방형 병원(영리 병원)을 허용해서 일자리를 만들겠다던 약속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는 지경이 돼 버렸다. 이러다가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이 사라져 버리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일자리 창출에 정책 우선 순위를 두는 것은 좋다. 그러나 그 일자리는 지속가능한 것이어야 한다. 정부 돈으로 만들어지는 일자리는 눈속임에 불과하다. 정부에 세금을 내야 하는 곳에서는 일자리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기업을 독려해서 만들어지는 일자리 역시 지속 가능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억지로 고용을 하는 것인 만큼 비용은 높아질 것이고,결국 기업의 생산성은 낮아질 것이다. 조금만 길게 보면 최선의 일자리 창출 정책은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외환위기라는 특수한 상황을 이해 못하는 바 아니다. 그러나 국민 각자의 생산성이 높아져야 선진국이 될 수 있다는 근본 원리는 절대 잊지 말아야 한다.

예산을 늘리면 근로자의 생산성이 오를까. 지금과 같은 일자리 정책과 교육정책은 미래 세대의 생산성을 높일까. 비즈니스 프렌들리의 초심으로 돌아가 곰곰이 따져볼 때다.

김정호 자유기업원 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