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부 "금통위서 할말 하겠다"…'열석 발언권' 행사

8일 기준금리 관련 정부입장 설명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결정 과정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던 정부가 앞으로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정식으로 의견을 반영하기로 했다.

기획재정부는 8일 열리는 금통위 회의부터 허경욱 재정부 1차관이 정례적으로 참석해 발언권을 행사할 계획이라고 7일 발표했다. 재정부 차관은 금통위 위원은 아니지만 회의에 열석(列席)해 발언할 권한이 있다. 한국은행법 91조에 근거를 두고 있다. 하지만 1999년 6월 이후로는 한 번도 참석하지 않았다. 윤종원 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존중하고 이를 관행적으로 정착시키기 위해 과거 네 차례를 제외하곤 금통위에 참석하지 않았다"며 "그러나 이번 경제위기를 계기로 정부와 중앙은행 간 정책 공조 필요성이 강조돼 참석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한은에도 열흘 전에 이 사실을 통보했다고 전했다.

그는 "기준금리 결정에 대해서는 정부가 의결권이 없으므로 관여할 수 없다"며 "8일 금통위에서도 허 차관이 금리에 대한 발언보다는 현 경제상황에 대한 인식이나 정부의 경제운용 방향을 금통위원들에게 설명하고 협조를 당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재정부가 통화정책을 독립적으로 결정하는 금통위에 참석,발언권을 행사하기로 함에 따라 두 기관 간에 기준금리 결정을 둘러싼 갈등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2%다. 한은은 이날 발표한 '2010년 통화신용정책 운영 방향'에서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적절한 속도와 폭으로 조정하겠다고 명시했다. 그러나 재정부는 출구 전략의 결정판인 금리 인상을 '서둘러선 안 된다'는 확고한 입장을 갖고 있다.

한은은 재정부의 열석 발언권 행사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한은 관계자는 "바람직한 방향은 아니다"고 말했다.

정종태/박준동 기자 jtchung@hankyung.com

◆열석발언권=한국은행법 91조에 따라 재정부 차관이 금융통화위원회에 참석,위원(7명)들과 나란히 앉아 발언할 수 있는 권한을 말한다.단 의결권은 없다.과거 열석발언권 행사는 98년 4월9일,99년 1월7일과 1월28일,99년 6월3일 등 4차례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