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불면증 때문에 술마시는 당신 '마음의 함정'에 빠졌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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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중세뇌왜 담배 끊는 게 어려을까. 우리가 음식을 먹으면 뇌 속의 보수계가 자극받아 안식과 평온을 느끼는 도파민이 분비된다. 그런데 흡연자는 식사를 해도 도파민이 잘 나오지 않는다. 니코틴의 만성적인 영향으로 뇌의 감수성이 둔해져 있어,니코틴 없이는 도파민이 분비되지 않는다. 그래서 식사가 끝나면 도파민을 강제로 분비시키는 담배부터 찾게 된다. 결국 몸과 마음은 니코틴 중독에 빠지게 되고 담배를 끊기가 더욱 어려워진다.
이소무라 다케시 지음 | 이인애 옮김 | 더숲 | 244쪽 | 1만2900원
동물들은 어떤가. 코카인이 나오는 레버를 끊임없이 누르게 된 쥐에게 이번에는 코카인 대신 전기 충격을 가한다. 그러면 쥐는 몇 번 레버를 누르다가 찌르르한 느낌 때문에 이내 행동을 멈춘다. 그러나 코카인과 전기 충격을 무작위로 가하면 쥐는 고민에 빠진다. 두렵지만 누르고 싶은 마음도 굴뚝 같다. 계속 레버 주위를 서성대며 누르다가 누르지 않다가를 반복한 끝에 결국 스트레스 상태에 빠지게 된다. 이처럼 '공포로 버무린 보상'이 제시되면 사람은 거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이른바 중독의 원리다. 의존증심리학자이자 의사인 이소무라 다케시는 《이중세뇌》에서 섹스나 술,담배,게임,다이어트 등에 중독된 현대인의 몸과 마음 치유법을 일러준다.
그는 우리에게 신체적 의존과 정신적 의존이라는 '이중세뇌' 구조가 잠재돼 있다는 것을 일깨우며 이 의존증에서 벗어나야 스트레스 대처 능력이 회복되고 마음도 평온해진다고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의존에는 '신체적 의존'과 '정신적 의존' 두 가지가 있다. 예를 들어 몇 개월,몇 년이나 잘 지켜오다가 담배를 피우게 되는 것은 신체적 의존 때문이 아니다. 그만큼 오랫동안 담배를 피우지 않으면 몸에서 이미 니코틴이 빠져나가기 때문에 '니코틴이 부족해 담배를 피우고 싶어지는' 현상은 일어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담배를 피우는 것은 '심리적 의존'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알코올도 의존증을 일으키는 함정이다. 잠이 안 온다고 술을 마시는 경우가 많지만 의학 · 생리학적으로 알코올은 수면을 방해한다. 알코올이 논렘 수면(non-REM,잠든지 70~80분 뒤에 나타나는 깊은 잠)을 방해하고 수면 리듬을 깨뜨리는 것.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술이 없으면 잠을 잘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처럼 의존증이라는 '마음의 함정'을 대부분은 알아차리지 못한다. 그래서 같은 실패를 되풀이하게 되는 것이다. 이 함정을 알아차리고 구조를 제대로 알기만 해도 문제에서 벗어나기가 훨씬 쉬워진다. 하나의 깨달음이 다른 깨달음을 불러오고 이것이 또 다른 깨달음을 불러오는 식으로 연쇄작용을 하기 때문이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