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법안 통과되면…] 한국판 '셜록 홈즈' 등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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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천 의원의 '민간조사업법'#1.남편의 불륜으로 고민 중인 주부 이모씨는 변호사를 찾았다. 하지만 '남편의 간통을 입증하려면 본인이 불륜현장에서 증거를 찾아야 한다'는 말을 듣고 답답해졌다. 주변에 사생활 문제를 맡기기 꺼림칙하고 그렇다고 하루종일 아이를 업은 채 직접 뒷조사를 할 수도 없었다. 돈을 주고 흥신소나 '해결사'에게 맡기려니 찜찜해 걱정이다.
#2.한 중소 의류업체는 자사의 제품을 모방한 '짝퉁(가짜상품)' 때문에 속이 타들어간다. 경찰에 조사를 의뢰했지만 몇 개월째 감감무소식.결국 직원들을 시켜 짝퉁 유통경로라도 알아보려 했지만 중국에서 들어온다는 혐의 외엔 소득이 없었다. 이럴 때 셜록 홈즈나 미국 드라마의 '몽크'같은 믿을 만한 탐정이 있었으면 좋을 텐데 하는 생각이 든다. 국내에도 '사설탐정'제도를 도입하는 법안이 추진되고 있다. 강성천 한나라당 의원(사진)이 지난해 4월 제출한 '민간조사업법'은 국가 수사기관의 수사력이 미치지 못하는 분야에 대해 민간인이 직접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민간인이 법률행위를 전제로 조사에 나서는 게 불법이다. 공권력의 힘을 얻기 힘든 개인은 심부름센터 등에 의뢰하지만 법적인 관리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형편이다.
강 의원은 "이혼소송이나 실종가족 찾기,가짜상품,보험사기 외에도 기업에서는 산업스파이 사건 등에 민간조사업의 수요가 늘고 있다"며 "법 제정을 통해 이를 합법화하되 그 활동 범위와 권한 남용시 처벌 등을 규정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에서는 사설탐정제도가 활성화돼 있다. 국내에도 탐정을 양성하는 학과 과정이 부산 경성대 등에 생겼고,다국적 'PI(민간조사)업체'들이 점차 진출하는 등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법안은 지난 17대부터 추진돼 왔지만 논의가 더디다. 민간조사업체의 관리감독을 법무부에 맡긴 법안 내용이 쟁점이다. 행정안전위원회에 같은 취지로 경비업법 개정안이 제출돼 있는데 경찰에 허가권을 주고 있어 상충된다. 관리주체를 둘러싼 검 · 경 간 해묵은 갈등이 해결되느냐가 관건이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