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3대변수 긴급 점검] 환율…4일간 29원 떨어져 1달러 1135원…1100원까지 하락 전망

새해 들어서자마자 원 · 달러 환율이 급락을 거듭하고 있다. 지난해 수출 기업에 도움을 줬던 '환율 효과(원화 약세)'가 사라지면서 경기 회복세에도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의 원화 강세(환율 하락)는 엔화 약세와 동시에 진행되고 있어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 기업과 경쟁 관계에 있는 한국 기업에 더욱 불리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7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 · 달러 환율은 1135원40전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보다 1원밖에 떨어지지 않았지만 새해 들어 4거래일간의 하락폭이 29원10전(2.5%)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투자은행과 헤지펀드 등 전 세계 외환시장을 주도하는 외국계 기관투자가들이 새해 들어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이 최근 환율 급락의 주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유럽 등 선진국보다 아시아 국가들이 빠른 경기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앞으로 강세가 예상되는 이들 국가의 통화를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한국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를 내는 등 경제 기초가 탄탄하고 외환시장도 개방돼 외국계 투자자들의 집중 공략 대상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문제는 다른 통화보다 원화의 절상(환율 하락) 속도가 빨라 수출 시장에서 한국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원화가 강세를 보이는 것과 반대로 엔화는 최근 달러 대비 약세를 나타내고 있어 원 · 엔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이날 원 · 엔 환율은 1232원35전으로 떨어져 지난해 12월 말에 비해 3.2%,6월 말에 비해서는 7.8%나 하락했다. 삼성경제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원 · 엔 환율이 10% 하락하면 한국의 수출은 4% 이상 감소한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환율의 절대값보다 엔화 등 경쟁국 통화와의 관계가 중요하다"며 "원화 강세와 엔화 약세가 동시에 진행되면 수출 기업이 받는 충격은 2배로 커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환차익을 목적으로 한 외국계 투자자들의 달러 매도 공세가 가격을 주도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외환당국이 적극적으로 매수 개입을 단행해 환율 급락을 저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익명을 요구한 시장 관계자는 "역외세력이 원화를 공격하고 있는 것으로 현 상황을 규정할 수 있다"며 "개입을 통해 적절한 수준에서 환율을 지지해야 수출 기업들의 손해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환율이 1100원으로 떨어질 때까지는 외국계 투자자들의 대규모 달러 매도가 계속될 전망이다. 이진우 NH선물 리서치센터장은 "환율이 1100원까지 떨어지면 외국계 투자자들의 달러 매도세가 약해질 것으로 보인다"며 "그 후로는 환율이 반등할 가능성도 있으므로 수출 기업은 너무 성급하게 달러를 팔아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