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증권사 10분간 210억대 '시세조종'…양측 모두 기소

檢 "불공정 장외파생상품도 단죄"
장외에서 거래되는 파생상품의 시세를 조종한 전직 외국계 증권사 임원 등이 검찰에 적발돼 기소됐다. 파생상품 시세를 조작한 사건이 드러나기는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 2부는 7일 장외 파생상품인 콜옵션과 관련,옛 한미은행( 현 한국씨티은행) 주식 가격을 조종한 외국계 D증권사 홍콩법인 전 상무 손모씨(45)와 국내 대기업 D사 전 자금팀장 전모씨(46)를 증권거래법상 시세조종금지의무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주식 가격 변동에 따라 수익률이 달라지는 장외파생상품을 두고 외국계 증권사와 대기업이 서로 동시에 편법을 쓰다 형사처벌된 사례로, 향후 파생상품의 가격조종에 대한 새로운 수사 방향이 생긴 셈이다.

D사는 2003년 4월 한미은행 주식 285만9370주를 D은행 런던지점에 주당 7892원에 매각하면서 이 주식에 대한 1년 만기 녹아웃옵션 계약(계약기간 2003년 6월27일~2004년 6월28일)을 체결했다.

이 계약은 매각 금액을 기준으로 주가가 일정 수준 안에서 올라가면 이 상품을 산 D기업이 이득을 보지만 주가가 매각 금액의 두 배인 1만5784원을 넘어가면 계약이 깨져버리고(녹아웃)해당 상품을 판매한 은행이 이득을 보게 돼 있다. 대신 녹아웃이 되면 D은행은 D기업에 7억원의 리베이트를 제공하기로 계약이 돼 있었다. 검찰에 따르면 D은행 계열인 D증권은 2004년 2월19일 오후 2시50분께 장중 주가가 1만5800원 전후로 움직이자 녹아웃 가격(1만5784원)을 넘겨버릴 생각으로 10만주의 매수주문을 허위로 넣어 가격을 1만5800원으로 만들었다. 이에 질세라 D기업은 주가를 녹아웃 가격 이하로 빠지게 하기 위해 2시59분께 보유 중이던 한미은행 주식 35만주에 대한 매도주문을 쏟아넣었다. 가격은 1만5300원 수준으로 떨어졌다.

싸움은 여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D증권은 동시호가 종료 직전 한미은행 주식 93만주를 1만5800원에 매수주문해 가격을 다시 1만5800원으로 끌어올렸다. 결국 D증권은 옵션종료시점에 217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겼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검찰 관계자는"시세조종 행위는 주식시장에서 빈번하지만 장외상품 시세조종은 그동안 수사를 진행한 적이 없어 작정하고 진행한 것"이라며 "장외파생상품도 공정하게 거래하지 않으면 얼마든지 사법적 단죄를 하겠다는 의미"라고 밝혔다. 검찰은 파생상품 외에도 주가연계증권(ELS)상품 등에 대해 금융감독원과 공조해 수사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