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증시 빅이슈' 점검] (5·끝) 국민연금 올해 국내주식 17조 더 산다

(5·끝) 연기금 매수 살아나나
주식비중 목표치 16.6%로 작년보다 1.4%P 높여
사학연금 등도 채권비중 줄이고 주식매입 늘려
국내 증시의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을 비롯한 주요 연기금들은 올해 국내 주식비중을 늘릴 방침이다. 경기회복이 예상되는 만큼 주가의 변동성이 크게 줄며 상승세로 갈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에 따라 올 증시 수급은 대체로 안정적인 상황을 맞을 전망이다. 새해 초 외국인이 1조원 넘게 주식을 사들이고 있지만 32조원 이상을 순매수했던 작년보다는 아무래도 올해엔 매수 강도가 떨어질 것이란 예상이 많아 연기금들의 가세는 수급 공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해 8조원 넘게 순매도했던 연기금은 올 들어서도 증시가 상승하자 지난 7일까지는 1000억원 넘게 주식을 정리하는 등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지만 소폭 조정을 거친 8일엔 다시 300억원 넘게 주식을 샀다. 특히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코스닥시장에선 올 들어 매일 순매수에 나서 5거래일간 모두 360억원어치의 주식을 담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국민연금 올해 주식보유 50조원 예상

국민연금은 올해 국내 주식비중 목표치를 전체 운용 자산의 16.6%로 잡았다. 이는 작년(15.2%)보다 1.4%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이에 대해 국민연금 측은 "국내 경제와 기업들의 회복 속도 및 시기가 세계 경제보다 앞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은 올해 연금 보험료 등으로 모두 38조여원이 들어오고 연금지급과 운영비 등으로 10조원을 지출,28조원의 자금이 불어나면서 총 운용자금이 연말엔 304조원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목표치인 16.6%를 맞추려면 연말까지 50조원의 주식을 들고 있어야 한다. 작년 11월 말 기준 국내 주식 편입 규모는 총 운용자금(274조원)의 12%인 33조원을 소폭 상회하고 있기 때문에 단순 계산으로도 올해 17조원가량의 주식을 사들여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

국민연금의 주식비중 목표치는 위 아래로 5%포인트 안에서 변동될 수 있다. 이를 토대로 추정해 보면 주식비중이 11.6%로 낮아질 경우엔 최소 2조원, 21.6%로 높아질 때 최대 32조원의 주식을 사게 되는 셈이다. 실제 국민연금은 이를 위해 올해 새로 유입되는 자금 가운데 15조여원을 주식매입자금으로 배정해 놓은 상태다. ◆사학연금 주식매수여력 3000억원 넘어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 우정사업본부 등 다른 주요 연기금들도 국내 주식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보다 채권 비중을 낮추는 대신 주식 비중을 높인다는 것이다.

작년 말 기준으로 국내 주식에 운용 자금의 16%가량인 1조2000억원을 투자하고 있는 사학연금은 올해 주식비중을 19% 안팎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올 자산운용 규모는 8조2000억원으로 커질 전망이어서 3000억원 이상의 주식 매수 여력이 있다는 얘기가 된다. 이윤규 사학연금 자금운용관리단장(CIO)은 "한국을 포함해 세계 각국이 올해 기준금리 인상 등 출구전략을 쓸 것이기 때문에 채권 가격은 약세를 보일 전망이어서 채권 비중은 소폭 줄이고 대신 주식과 부동산 등 대체투자 비중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무원연금도 올해 국내주식 비중을 지난해보다 2.5%포인트 높인 15.1%로 잡았다. 이렇게 되면 작년 말 기준 6250억원가량인 국내주식 보유 규모가 올해는 7000억원 이상으로 늘어나게 된다. 이규상 공무원연금 투자전략 차장은 "목표치 허용 범위는 위 아래로 6%포인트"라며 "증시가 좋으면 주식에 더 자금을 넣는 등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25조원가량의 보험 적립금을 운용하고 있는 우정사업본부의 현재 주식비중은 보험 적립금의 5%에 그친다. 국내주식 비중을 보험 적립금의 최대 20%까지 늘릴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주식을 살 여유가 많다는 설명이다. 상한선까지 주식을 살 경우 올해 매수 여력은 최대 3조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우정사업본부 관계자는 "경제 상황을 고려해 이달 말께 올해 운용계획을 최종 확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