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법원,은행 고객비밀 공개에 제동

[한경닷컴] 스위스 법원이 지난해 금융감독당국이 UBS의 고객정보를 미국 세무당국에 넘겨준 것은 불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각국의 탈세 강화로 무장 해제되던 스위스의 ‘은행 비밀주의’가 본격적인 반격에 나선 것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 “스위스 연방행정법원은 스위스 금융시장감독국(Finma)이 탈세협의를 받고 있는 미국인 고객 255명의 자료를 미 세무당국에 넘겨주도록 UBS에 지시한 것은 권한남용이라고 판결했다”고 보도했다.법원은 판결문에서 “금융감독국의 결정은 헌법상 보장된 비상권한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처럼 스위스 법원이 은행들의 ‘비밀주의’에 손을 들어주는 판결을 내림에 따라 각국 금융당국들이 스위스 은행에서 고객정보를 빼오기 어려워질 전망이다.미국으로 개인정보가 넘어간 전 UBS고객들을 대변하는 안드레아스 루드 변호사는 “UBS의 정보제공으로 많은 UBS고객들이 크나큰 물질적·정신적 피해를 입었고 정당한 보상을 바라고 있다”며 “이번 판결은 그 중요한 첫 단계가 될 것”이라고 환영했다.은행 비밀주의 부활을 주장하고 있는 스위스 국민당 등 우파 정당들도 법원 결정을 반겼다.

스위스 금융감독국은 그동안 탈세 혐의자 명단과 자료를 넘긴 것은 스위스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입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주장해왔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