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 머니' 미국 의회까지 움직인다

한해 수백만弗 로비자금 동원 적대적 의원 친중파로 돌려세워
자국기업 비즈니스 측면 지원
2005년 미국 민주당 소속 찰스 슈머 상원의원과 공화당 소속 린제이 그레이엄 상원의원이 중국산 수입품에 27.5%의 보복관세를 물리겠다는 법안을 냈다.

인위적인 위안화 절하 정책으로 수출경쟁력을 높인 중국이 위안화를 대폭 절상하지 않으면 그렇게 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이전 같으면 중국은 인민일보 1면을 동원해 두 의원을 강력히 비난했을 터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는 비난 대신 두 의원을 본국에 초청했다. 슈머와 그레이엄 의원은 중국을 다녀온 뒤 결국 법안을 철회했다.

중국이 미국 정치권력의 중심지인 의회를 무서운 속도로 점령해 들어가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경제력이 커진 중국이 수백만달러의 로비자금을 뿌리면서 자국에 적대적인 미 의원들을 친중파로 돌려세우고 있다고 9일 전했다.

미 법무부에 따르면 중국은 지난 2008년 3~8월 6개월 동안 워싱턴의 로비업체인 호건 하트슨을 통해 38만9985달러,7~12월 6개월 동안 또 다른 로비업체인 패턴 보그스와 존스 데이를 통해 각각 26만4000달러와 10만4000달러를 로비에 사용했다. 2005년 이후 중국의 미 의회 로비자금은 최소 400만달러에 달할 것이라는 게 WP의 추산이다. 주미 중국대사관은 지난해부터 미 의회를 담당하는 외교관 수도 10명으로 늘렸다. 1990년대 후반까지 의회 담당 외교관은 1명에 불과했다. 2005~2009년 중국은 처음으로 대만보다 더 많은 미국 정치인과 의회 관계자들을 초청하기도 했다.

중국은 2000년 이전만 해도 미 상공회의소 등의 미국 기업단체를 통한 소극적 로비에 치중했다. 하지만 2001년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미 기업단체들은 중국을 위해 활동하기를 꺼렸다.

1990년대 중반 대만의 로비로 미국이 리덩후이 대만 총통(대통령)에게 방미 비자를 발급한 일은 중국을 격분시켰다. 2005년에는 중국의 국영 석유회사인 CNOOC가 미국 석유회사인 유노칼 인수를 시도했지만 미 의회가 기간산업을 중국에 넘겨줄 수 없다는 이유로 반대해 좌절됐다. 그랬던 중국이 이젠 로비로 재미를 보고 있다. 미 의원들은 10여년 전 중국의 국영 선박회사인 중국원양운수총공사(COSCO)가 추진하던 캘리포니아 롱비치의 화물선 터미널 확대 계획을 극구 반대했다. '중국의 간첩활동에 활용할 수 있고,이 국영회사가 스파이 기지일 수 있다'는 의구심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 의회는 지난해 우호적인 태도로 돌아섰다. 상원 외교위원장인 민주당의 존 케리 의원은 COSCO가 수천명의 미국인을 고용하는 데다 알래스카 일대 해역을 청정화하는 데 기여했다고 평가하는 결의안에 서명했다.

특히 중국 무역에 의존하는 중소기업들을 지역구에 많이 둔 의원들은 중국이 반대하는 입법안이나 결의안을 거부하거나 약화시키는 경향이 훨씬 강하다고 WP는 분석했다. 미 의회 내에서는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 60명으로 구성된 미 · 중 워킹그룹이 만들어져 중국의 후원그룹으로서 발언권을 높여가고 있다.

워싱턴=김홍열 특파원 come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