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시장 '중국천하'

PBR 상위은행 1~4위 휩쓸어
신흥시장에 대한 글로벌 투자자들의 신뢰도가 높아지면서 세계 금융회사 판도가 크게 바뀐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가 장부가치 대비 주가를 나타내는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기준으로 2000년 말과 지난해 말 글로벌 은행들의 순위를 비교해본 결과 9년 새 중국과 브라질 은행들이 상위권에 대거 진입한 반면 수위를 지키던 미국 은행들은 뒤로 밀려났다. 2009년 말 기준으로 중국 은행들은 PBR 순위 1~4위를 휩쓸었다. 1위는 중국 자오상(초상)은행으로 PBR가 4.3배에 달했으며 시틱(중신)은행(PBR 3.4배),궁상(공상)은행(3.1배),건설은행(3.1배)이 뒤를 이었다. 15위 안에 총 6개의 중국 은행이 진입했다. 브라질 은행 가운데선 이타우유니방코(3.1배)와 브라데스코(2.7배),방코도브라질(2.5배)이 각각 5,7,9위에 랭크됐다. 반면 미국 은행 중에서는 US뱅코프(2.2배)만이 간신히 15위에 턱걸이했다. PBR가 높을수록 투자자들이 선호하고 신뢰하는 주식이란 뜻이다. 2000년에는 15위 안에 든 중국 은행은 전무했으며 브라질 은행 중에선 이타우유니방코(3.2배)만 8위로 유일하게 상위권에 들었다. 당시 1위를 차지한 뉴욕멜론은행을 비롯해 미국 은행들이 상위 15개 중 6개를 차지했다.

이 같은 변화는 신흥시장,특히 중국과 브라질에 대한 투자자 신뢰가 높아진 반면 서구 금융회사들은 부실자산이 늘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노무라증권의 로버트 로 은행담당 애널리스트는 "미국 등 선진시장은 향후 20년간 최악의 상황이 예상되는 반면 중국은 글로벌 경기침체에 덜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은 전망이 주가에 반영돼 있다"고 말했다.

한편 글로벌 50대 은행의 PBR는 6년 전 평균 2배에서 1배로 떨어졌다. 이는 투자자들이 은행주 가치를 장부가치 수준 정도로만 보고 있다는 의미다.

박성완 기자 ps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