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2020] "땅 돌려달라" 반발 속 "행정력 낭비 막아야" 수용론 고개

충청권 반응

세종시 수정안에 대해 충청권에서는 "어떤 수정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반응과 "더 이상 평행선을 달리지 말고 조심스럽게 수용할 때가 됐다"는 신중론이 뒤섞여 나왔다.

직접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연기군민들은 "원안 이외에 어떤 수정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군민들은 "행정기관 이전에 따른 비효율과 자족기능 등에 문제가 있다면 보완해야 마땅하지만 국민의 신뢰를 저버리면서까지 행정기능을 제외하려는지 이해가 안 간다"며 반발했다. 행정도시원안사수 충청권연대회의는 투쟁성명서를 발표하고 "예상대로 전혀 새로운 내용이 없는 정체불명의 누더기 신도시를 새로 하나 만들겠다는 것에 불과하다"며 "행정도시 원안에 찬성하는 모든 세력과 연대해 끝까지 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원주민들은 특히 "당초 계획을 수정하면서 기업들에는 평당 30만원 정도의 파격적인 분양가를 제시한 반면 평당 평균 20만원 정도의 보상을 받은 지역민들의 주거용지는 평당 157만원에 분양하는 등 형평성에 크게 위배된다"며 "용도변경에 따른 환매소송도 불사하겠다"고 밝혔다.

인접 대전시민들의 반응도 차갑기는 마찬가지다. 대전시민들은 "수정안대로라면 대전시가 수십년에 걸쳐 이루어 놓은 연구개발 기능과 교육환경 등이 하루아침에 수평이동돼 대전이 쇠퇴하는 지름길이 될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반면 그동안 '원안 고수'라는 강경한 목소리에 눌려 입장을 밝히지 못했던 지역민들은 이날 수정안이 발표되자 이제는 가장 효율적인 결실을 위해 노력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충남대에 재학 중인 김모군(경제학과 4)은 "세종시 문제를 놓고 더 이상 에너지를 낭비해서는 안 되며 충청인들이 이제는 현실을 냉철하게 받아들여야 할 때"라면서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한 현실에서 세종시에 대기업들이 대거 둥지를 틀게 돼 지역 대학생들의 취업난 해소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세종시 부처이전 백지화 발표를 관심있게 지켜보던 정부 대전청사 공무원들도 대부분 "부처이전으로 인한 행정의 비효율을 몸으로 겪어왔다"며 "대전청사의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않게 돼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반응이다. 대전청사에 근무하는 한 고위공무원은 "원안대로 세종시로 행정부처가 옮겨온다면 엄청난 행정력 낭비는 불을 보듯 뻔하다"며 "청와대와 국회 등 상급기관의 업무보고나 부처 간 업무협조시 일일이 서울까지 가야 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었는데 세종시까지 들렀다 올 뻔했다"고 말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설치에 대해서도 인접 대덕연구개발특구, 충북의 오창과학산업단지,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 등에서는 연계발전 방안에 대한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대덕연구개발특구에서는 세종시에 대기업이 유치되면 시장연계 가능성이 커지는 등 대덕특구의 취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또 대덕특구의 비즈니스나 생산기능이 초기단계에 불과해 세종시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가 오송 · 오창과 이어지는 대규모 혁신클러스터로 연결되면 대덕특구의 강점을 살릴 수 있는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대덕특구 1,2단계 산업용지 공급을 추진하는 대전시는 50% 이상 저렴한 가격의 산업용지가 세종시에 공급되고 각종 세제혜택을 주면 용지 공급계획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했다.

충청북도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 개발계획이 오송첨단의료복합단지나 오창과학산업단지 등의 계획과 겹치면서 기능 중복을 염려했다. 세종시를 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로 지정해 글로벌 투자단지로 조성할 경우 바이오메디컬시티를 구상하고 있는 오송 역세권 발전계획과 중복되기 때문이다.

대전=백창현 기자 chbai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