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소금

2006년 방송된 TV드라마 '주몽'에서 소금은 국가의 흥망을 좌우하는 주요물품으로 나온다. 주인공 주몽이 능력을 인정받고 재정적 기반을 마련해 고구려를 건국할 수 있었던 것도 고산국과의 소금 교역에 성공한 결과로 그려진다.

기원 전 1세기 한반도에서만 귀했던 게 아니다. 소금은 오랫동안 세계 각국에서 부(富)의 상징이었다. 중국 진시황은 소금 전매 수입으로 군대를 양성했고,로마 역시 소금세로 전쟁비용을 조달했다. 봉급(salary)과 병사(soldier)라는 말이 소금(sal)이란 라틴어에서 나온 건 병사들 봉급을 소금으로 지급했던 까닭이다. 소금 때문에 수많은 교역로가 생겼는가 하면 전쟁과 혁명도 일어났다. 마크 쿨란스키가 쓴 책 '소금'에 따르면 신대륙이 발견되기 전까지 유럽의 무역은 제노바와 베네치아의 소금 패권에 좌우됐고,프랑스 대혁명과 미국 독립전쟁의 원인 중 하나도 실은 소금이라고 돼 있다.

얼마나 귀했는지 15~16세기 유럽에선 소금을 나이프 끝으로 덜었다. 손가락으로 건드리면 무례하게 여겨지는 건 물론 불운을 부른다고 간주됐던 탓이다. 그나마 생소금은 귀족들이나 먹을 수 있을 뿐 평민들은 구경조차 하기 힘들었다. 절인 음식으로나 맛볼 수 있었을 뿐이었다.

그랬던 소금의 처지가 지금은 영 달라졌다. 소금의 용도는 1만4000가지가 넘는다지만 식용으로서의 소금은 갈수록 푸대접 받는다. 미국의 경우 제설용이 51%인 반면 요리용은 8%뿐이고,18세기 유럽인 1인당 70g이던 소금 섭취량은 현재 5g(세계보건기구 권장량)에 지나지 않는다. 고혈압과 뇌졸중,심장마비의 원인으로 밝혀진 탓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이 소금을 많이 먹을수록 나이 들어 거동하기 힘들어진다는 연구결과를 내놓은 데 이어 미국 뉴욕에선 향후 5년 동안 포장 및 레스토랑 음식의 소금을 25% 줄이는 캠페인을 벌인다고 한다. 외식이 더 짜다는 이유다.

미국 성인의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3400㎎.연방정부 기준인 1500~2300㎎보다 높은 만큼 줄이겠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4380㎎(소금 12g)으로 세계보건기구 권장량의 2.4배나 된다. 식염 섭취량이 1일 5.7g(남)과 4.5g(여)씩 늘 때마다 훗날 일상 생활에서 주위의 도움을 받아야 할 위험이 25%씩 늘어난다는 마당이다. 남의 나라 일로 여길 게 아니라 싱겁게 먹을 일이다. 나중에 후회해봤자 소용없다.

박성희 수석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