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세종시, MB와 박근혜의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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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부 이전' 대못빼기 잘한 결정정부가 11일 공식 발표한 세종시 수정안은 국무총리와 9부2처2청 이전을 백지화하고 세종시를 교육 · 과학 중심의 경제도시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땅값 할인과 세제 혜택 등 많은 인센티브를 제공해서 기업과 대학,연구소를 유치하고 세종시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의 거점지구로 지정하는 내용 등이 들어있다.
수정안 국회설득 대통령이 나서야
우선 행정부 이전을 백지화한 것은 정말 잘한 일이다. 행정부를 이전하는 세종시 원안은 수도를 쪼개는 잘못된 일이기 때문이다. 행정도시 건설계획은 노무현 정부가 수도이전 목적을 포기하지 않은 채 헌법재판소의 위헌판정을 교묘히 비켜가며 박아 놓은 대못이었다. 그것은 처음부터 표만 얻으면 된다는 정략적 발상과 정치적 계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잘못 박힌 대못은 당연히 빼야 한다. 대못을 빼는 대가로 많은 특혜를 주는 수정안을 낼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걸 이해하지만 사실 그건 대단한 특혜다. 다른 지자체가 역차별이라며 반발하는 건 당연하다. 그런데도 야권은 원안 아니면 어떤 수정안도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충청민심을 설득하라"고 했던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는 수정안이 발표되기도 전에 "원안이 배제된 안은 반대한다"고 했고 친박(친박근혜)계도 같은 입장이다. 세종시 문제는 원안과 수정안 중 어떤 것이 국가와 충청지역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인지를 따져보지도 않고 수정안에 담겨있는 내용은 관심의 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수도이전이 헌재의 위헌판결을 받자 한나라당은 법치의 승리라고 환호했던 걸 기억한다. 박근혜 당시 대표는 관훈클럽토론에서 한나라당이 행정수도법 통과에 협력한 것에 대해 공식 사과까지 했다. 2005년 행정도시특별법(세종시특별법)을 만들 때도 한나라당은 충청표를 의식,마지못해 당론을 모았다. 국회 표결에는 불과 23명이 참석해 그 중 8명이 찬성했다.
세종시 원안,즉 행정도시 건설은 수도를 쪼개려는 것이어서 수도 이전보다 더 나쁜 것이다. 수도 이전에는 반대하고 행정도시 건설에는 찬성한다면 이건 모순이고 자기기만이나 다름없다. 세종시 문제풀기는 이제부터다. 정부는 수정안에 충청지역 주민들이 수긍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런 움직임이 일부 감지되기도 한다. 반대한다면 오히려 다른 지역이 해야 할 일이지 충청권은 반길 일 아닌가.
어쨌든 세종시 수정법안은 국회에서 통과돼야 한다. 야당은 그렇다 치고 여당 내 친박계 협력 없이는 어렵다. 문제는 집권 여당인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은 아직 당론조차 정해지지 않았다. 친이(친이명박)계와 친박계가 각각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을 뿐이다. 우선 당론부터 분명히 하고 국민을 설득하고 야권과 대화를 하거나 대결을 하라.
지도력은 위기국면에서 빛나는 법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나서서 박근혜 전 대표와는 물론 야당과 대화하고 국민에게 직접 호소해야 한다. 박 전 대표는 약속과 신뢰를 중시하는 정치인으로 국민에게 부각돼 있다. 그게 그의 정치적 자산이다. 다음 대선에 대비해야 한다면 국가의 장래를 위한 결단을 보여야 한다. 물러서는 건 대단한 용기요 지도력이다. 박정희 전 대통령은 숱한 반대를 무릅쓰고 미래를 내다보며 경부고속도로를 건설했다. 당시 반대한 사람들이 옳았는가,박 전 대통령이 옳았는가를 한번 생각해보라.세종시 문제는 정치권이 풀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면 최종적으로 국민에게 물어야 한다. 세계는 죽고살기 살얼음판 경제전쟁터다. "삼성도 까딱 잘못하면 10년 후 구멍가게 된다"는 경고는 헛말이 아니다. 승자는 앞을 보고 달린다. 우리는 10년,20년 후를 생각하고 오늘을 살고 있는가.
류동길 숭실대 명예교수·경제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