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GM과 함께하는 경영노트] 상하이선 '아침죽' 광저우선 '밀크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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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한 현지화로 중국인 잡은 KFC중국에서도 패스트푸드의 대표 브랜드는 '맥도날드' 일까. 중국에선 사정이 다르다. 맥도날드는 전 세계에서 3만개 매장을 보유하고 있는 1위 기업이지만 중국에서 만큼은 KFC에 크게 뒤지고 있다. KFC는 현재 중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패스트푸드점이며 맥도날드에 비해 매장 수가 2배 이상 많고,평균 매년 매장당 17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중국에서 성공한 KFC의 비결은 뭘까. 해답은 중국에 대한 철저한 이해에 있다.
중국이 문을 연 지 30년이다. 그동안 많은 글로벌 기업들이 몰렸고, 날이 갈수록 그 관심은 높아지고 있지만 차이나 드림을 꿈꾸던 기업들 중에는 실패한 경우가 훨씬 더 많다. 중국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KFC는 달랐다. 먼저 이들은 '미국'이라는 국적을 앞세우지 않았다. 아편전쟁으로 서양인에게 주도권을 빼앗기고 자존심이 짓밟힌 중국인은 서양에 대한 복잡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한편으로는 서양문화를 동경하지만 다른 한편엔 중화사상에 대한 자부심도 버리지 못하고 있다.
KFC는 이런 중국인들의 양면성을 파악했고 처음부터 미국이란 꼬리표를 떼고 중국인 임원진을 고용하는 등 중국화된 기업 이미지를 구축해 나갔다. 뿐만 아니라 KFC는 '본사'라는 이름을 '지원센터'로 바꾸는 등 '외국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썼다.
다음으로 중국인을 위한 메뉴 개발에 힘썼다. 이를 위해 상해에 '실험주방'이라는 R&D센터를 세워 중국인들의 입맛을 관찰해 이를 메뉴에 반영했다. 예를 들어 중국인들이 지역에 따라 아침식사가 다르다는 것을 파악하고 지역에 맞는 아침 메뉴를 개발해냈다. 베이징에서는 아침에는 일종의 도넛인 '유토우'를 제공했고, 상하이에서는 '아침죽'을 내놓았다. 광저우에서는 '밀크티'를 선보였다. 원료 공급도 중국 내에서 소화했다. 프랜차이즈의 본질은 모든 매장에 똑같은 원재료와 프로세스를 제공해 규모의 경제로 비용절감 효과를 얻는 것이다. 하지만 KFC는 초기에 비용이 더 들더라도 중국 내의 공급업체를 찾으려 노력했다. 중국인들에게 KFC는 돈만 벌어 가는 악덕 기업이 아니라 중국의 성공을 돕는 기업이란 이미지를 알리기 위해서였다. KFC의 공급업체가 돼 부자가 됐다는 농민아가씨의 신문 기사는 많은 중국인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미 KFC는 500여 중국 공급업체를 가지고 있으며 90% 이상의 원재료를 현지에서 공급받는다.
중국은 아직도 가능성과 잠재력이 많은 나라이다. 많은 기업은 중국의 거대한 시장을 보고 군침을 흘리고 있다. 흔히 중국에 진출하려면 현지화를 반드시 해야 한다고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KFC와 같이 국적까지도 버리고 철저히 중국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만 중국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다.
조미나 상무/취펑화(崔風華) 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