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들 '언어의 미식가' 로 키워야죠"

동시집 출간한 최승호씨
"어린이들을 '언어의 미식가'로 만들어야 합니다. 언어의 맛과 멋을 알려줘야죠."

《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비룡소 펴냄) 시리즈를 5권으로 완간한 시인 최승호씨(56)의 지론이다. 그의 동시집은 1권 모음 편만 6만부,2권 동물 편,3권 자음 편,4권 비유 편까지 모두 합쳐 12만부 넘게 팔리며 오랫동안 침체되어 있던 우리 동시에 활력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 5권 리듬 편을 출간해 시리즈를 마무리한 최씨는 12일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어린이들에게 예술을 가르칠 때에는 의미를 알려주기보다는 감각을 일깨워주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예술은 느낌의 장르입니다. 어린이들에게 예술을 교육할 때 중요한 건 안목을 길러주는 일입니다. 안목이 생기면 노력 여하에 따라 응용이 가능하거든요. 그게 안 될 때 문제가 심각해집니다. 예를 들자면 어떤 동네에서 바둑 9급 수준 아마추어들이 모여서 하루에 10시간씩 바둑을 둔다고 합시다. 그러면 1년이 지나도 9급이에요. 안목이 없어서 생기는 일이죠.그림이든 문학이든 훌륭한 작품을 '어린 미식가'들에게 제공하고 음미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

최씨는 "불행히도 우리 교육은 획일화된 주입식 교육"이라며 "어린 학생들을 보면 경마장에서 어린 말들이 뛰는 느낌을 받는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최승호 시인의 말놀이 동시집》을 쓸 때 그가 가장 염두에 두었던 것도 어린이들의 상상력 자극이었다. 깊은 뜻을 담기보다는 언어 자체로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일례로 시리즈 5권에 실린 <삽살개>를 보면,'삽살 삽살 삽살개/ 눈이 있냐 삽살개// 누런 털은 황삽살/ 잿빛 털은 청삽살// 아니 이 개는 눈이 없네/ 이 개 개 맞나요// 살래 살래 삽살개/ 털 속에 눈 있다 삽살개'라는 식으로 말을 가지고 노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에 대해 최씨는 "동시를 통해 어린이들이 언어 감각도 익히면서 상상력 교육도 받도록 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2권에 실린 <도롱뇽>의 2연인 '도롱뇽/ 레롱뇽/ 미롱뇽/ 파롱뇽/ 솔롱뇽/ 라롱뇽/ 시롱뇽/ 도롱뇽'의 경우에 어린이와 어른의 반응이 확연히 다르다는 게 최씨의 설명이다. 어른들은 '도대체 무슨 뜻일까'하며 어려워하지만 아이들은 구슬이 굴러가는 듯한 소리를 내는 일 자체에 흥미를 느끼는 차이가 있다는 것.이에 대해 그는 "부모님들은 시의 주제와 상징을 파악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해방되어야 한다"면서 "말놀이 동시를 통해 언어와 소리의 미묘한 차이를 아이들에게 알려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