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경영전략] 현대·기아차, 일관제철소 본격 가동…글로벌 선두기업 도약

러시아·브라질에 공장
판매 마케팅 업그레이드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올해를 '새 역사 창조의 해'로 선포하며 공격적 경영 행보를 시작했다. 정 회장의 새해 첫 공식 일정은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의 고로에 첫 불씨를 넣는 화입식이었다. 현대 · 기아차는 올해 세계 시장에서 540만대를 판매,글로벌 선두 기업으로 자리매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러시아 브라질 등에 공장을 신설하기로 했다.

◆제철을 그룹 핵심 사업으로정 회장은 지난 5일 "전 임직원이 사명감을 갖고 일관제철소 건설에 매진한 결과 3년여 만에 제1고로 화입식을 거행하게 됐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을 생산하는 것뿐만 아니라 환경오염이 없는 친환경 제철소로 우뚝 설 것"이라고 말했다.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 시절부터 현대가(家)의 숙원이었던 일관제철소는 철광석과 유연탄을 고로에 넣어 쇳물을 뽑아내는 과정에서부터 최종 철강제품을 만드는 공정까지 모두 처리할 수 있는 곳이다. 고로는 철광석과 유연탄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핵심 설비다. 포스코 외에 현대제철 등 국내 철강사들은 지금까지 고로 없이 전기로를 이용해 고철을 녹여 쇳물을 뽑아냈다. 하지만 이 방식은 고품질 열연강판(핫코일)을 만드는 데 한계가 있었다. 때문에 현대하이스코는 모자라는 자동차 강판용 열연강판을 주로 수입에 의존했다.

일관제철소 가동으로 현대차그룹은 품질 좋은 강판을 외부에 의존하지 않고 효율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정 회장은 직원들에게 "자동차 품질은 강판이 결정한다"고 강조해왔다. 그가 일관제철소 건설에 공을 들여온 이유다. 박승하 현대제철 부회장은 "제철사업을 해서 수익을 올리는 부분도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자동차용 강판을 품질 및 가격 면에서 경쟁력있게 공급하느냐"라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제철소 건설을 위해 총 5조8400억원을 투자했다. 회사 측은 제철소 건설로 고용 유발은 물론 자동차 강판의 수입 대체 효과도 거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기 고로(연산 400만t)가 완공돼 연산 800만t의 일관제철소가 본격 가동하면 총 1조7000억원의 중소 협력사 매출 창출과 80억달러 규모의 철강재 수입 대체 효과가 발생할 전망이다. ◆올해 전 세계에서 540만대 판매

정 회장은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신년인사회에 참석,"올해 경기가 좋아질 것으로 보이는 만큼 일자리 창출로 호응하겠다"고 말했다. 모든 경영 여건이 불확실하고 침체됐던 작년과 달리 올해 경기를 희망적으로 전망한 것이다.

현대 · 기아차의 올해 판매 목표는 총 540만대다. 현대차는 작년 내수 70만2672대,수출 240만4090대를 포함해 총 310만6762대를 판매했다. 기아차는 내수 41만2752대,수출 112만2242대 등 153만4994대를 팔았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이 같은 판매 실적은 전년 대비 각각 11.6%,9.6% 증가한 수치다. 자동차 업계 최대 격전지로 꼽히는 중국에서 사상 처음으로 판매량 80만대를 넘어섰고,미국 시장 점유율도 7%대로 끌어올렸다. 현대 · 기아차의 올해 목표는 작년 판매량(약 463만대)보다 76만여대(16%) 늘어난 수준이다. 이를 위해 해외 공장 생산을 늘리고 판매 마케팅을 강화하기로 했다.

기아차는 다음 달 말 미국 조지아 공장을 완공한다. 연 30만대씩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현대차는 러시아 브라질 중국 공장(제3공장) 등을 짓는다. 올해 중국과 인도 등 신흥시장 공략에도 역점을 두기로 했다. 시장 확대 여지가 다른 어떤 곳보다 크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작년 터키 이집트 이란 등 신흥시장 6~7곳에서 현지 최다 판매 업체에 등극했다.
하지만 현대 · 기아차의 질주에도 암초가 도사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흥시장조차 성장세가 둔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 원 · 달러 환율 움직임도 우호적이지 않아서다. 구조조정을 완료한 도요타 GM 등 경쟁사들은 중 · 소형차 비중을 늘리는 등 현대 · 기아차에 대한 견제에 나서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판매 및 마케팅을 최우선 순위로 두고 연초 목표를 최대한 달성하겠다"고 강조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