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경영전략] SK‥'파부침주' 각오로 글로벌 시장에 역량 집중

2009년 '서바이벌 경영' 에서 공격적 '성장'으로 전환
녹색사업 등 미래 성장동력 발굴하고 중국 사업 재시동

"국내에서의 위상이나 기득권에 얽매이지 말고 글로벌 시장에서 가능한 모든 기회를 활용해야 한다. "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 4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신년교례회에서 임직원들에게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글로벌 무대에서 성공하고,성장과 안정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 답은 파부침주(破釜沈舟)"라며 모든 구성원들이 결연한 각오를 갖고 업무에 공격적으로 나서 달라고 당부했다. 최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전달한 메시지처럼 지난해 '생존'을 위한 서바이벌 경영을 강조했던 SK는 올해 경영 화두를 '성장'으로 전환했다. 녹색사업 등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함께 그동안 지지부진했던 중국 사업에 재시동을 걸어 그룹 전체의 잠재 성장력을 확충하겠다는 전략이다. 올해 시설투자 및 연구개발(R&D) 투자액도 작년(7조원)보다 대폭 늘려 잡을 계획이다.

◆기술 중심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

SK는 올 한 해 그룹 차원의 R&D 역량을 결집,글로벌 시장을 선도할 기술 중심의 새로운 성장전략을 추진한다. 최 회장은 작년 11월 중국 베이징 SK타워에서 열린 최고경영자(CEO) 세미나에서 "사업부문별 핵심 경쟁력을 유지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그룹 전체를 기술 선도 사업구조로 재편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를 위해 SK는 올해부터 2012년까지 R&D 분야에 총 5조7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그룹 지주회사인 SK㈜는 작년 말 조직개편을 통해 R&D 종합연구소인 테크이노베이션센터(TIC)를 설립했다. TIC 산하에는 녹색기술(green-tech)그룹과 융합(convergence)그룹을 두고 관련 기술 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SK에너지도 사내 기술원을 CIC(회사 내 회사) 형태로 운영하며 핵심 기술 확보에 주력하기로 했다. SK텔레콤은 IPE(산업생산성 증대)사업단을 신설,미래 성장사업 발굴에 역량을 집중하고 핵심 원천기술 확보에 나설 방침이다.

◆그린 분야 7대 과제 추제

SK는 올해 신 · 재생에너지 등 그린사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국내외 시장을 선점하고 안정적인 성장 토대를 구축할 계획이다. SK는 지난해 녹색기술 R&D 및 사업화 분야의 7대 중점 추진 과제를 확정했다. 추진 과제는 △무공해 석탄에너지 △해양 바이오연료 △태양전지 △이산화탄소 자원화 △그린카 △수소연료전지 △첨단 그린 도시(U-Eco City) 등이다. 신 · 재생에너지 기술 개발은 주력 계열사인 SK에너지를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SK에너지가 가장 공을 들여 개발 중인 무공해 석탄에너지 기술은 이산화탄소 등 유해물질 배출을 낮추는 새로운 공정기술이다. 값싼 저급 석탄을 원료로 수송연료 및 전기 · 화학 제품 등을 생산한다. 우뭇가사리를 이용한 해양 바이오연료 사업과 공기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폴리머 석유화학 제품으로 전환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요즘 각광받고 있는 전기차용 2차전지와 수소스테이션 기술 분야에 대한 투자도 지속적으로 늘려 나갈 방침이다.

◆중국 사업 재편

올해 SK의 경영 키워드 중 하나는 '중국 사업 강화'다. SK는 1991년 중국에 처음 진출한 이후 겪은 시행착오를 기반으로 중국사업 재정비에 대대적으로 나서고 있다. SK는 중국 통합법인 SK차이나의 초대 대표에 박영호 SK㈜ 사장을 임명했다. SK차이나는 13개 계열사가 중국 현지에 설립한 96개 법인을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맡는다. 40여명의 계열사 임원들도 중국 통합법인에 전진배치했다. SK 관계자는 "중국 통합법인은 중국 사업을 책임지고 수행하는 중국 내 SK 본사 역할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며 "중국을 발판 삼아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