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서울대병원 "에너지 아껴 年 3억이상 법니다"

2년전 7억 9천만원 투자
배기열 회수장치 가동
2010년부터는 '남는 장사'

지난 12일 분당서울대병원.바깥 날씨는 영하 10도를 맴돌았지만 환자들이 머무는 병동 내부는 훈훈했다. 실내 온도는 25도.환자의 건강을 위해서는 이 정도 온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게 병원 측 설명이다. 그렇다고 이 병원이 에너지를 펑펑 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에너지 비용을 종전보다 연간 3억원 이상 아끼고 있다.

비결은 배기열 회수장치.원리는 간단하다. 환기를 할 때 한번 데워진 공기를 바깥에 그냥 내보내지 않고 이 장치를 통하게 해 열을 붙잡아둔다. 이어 바깥 공기를 실내로 끌어들일 때 다시 이 장치를 통하게 하면 이미 붙잡아놓은 열 때문에 찬 공기가 더운 공기로 바뀐다. 이 병원 시설팀의 고대환 과장은 "최초 난방을 통해 실내온도를 25도로 올려놓으면 그 다음부터는 추가 에너지 사용 없이 이 장치만으로 실내온도를 20도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다"며 "(영하 10도의 찬 공기가 영상 20도로 바뀌기 때문에) 30도를 거저 먹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 병원은 이 장치를 2008년 1월부터 가동했다. 이 장치를 설치하기 전 연간 45억원 정도 들던 전기 도시가스 지역난방 등 각종 에너지 비용이 지금은 42억원 수준으로 줄었다. 큰 돈이 든 것도 아니다. 분당서울대병원이 이 장치에 투자한 돈은 각종 부대설비를 포함해 모두 7억9000만원 정도다. 투자한 지 2년반 정도만 지나면 에너지 절약으로 아낀 돈이 투자비를 능가한다. 수지 맞는 장사인 셈이다.

그나마 투자비는 정부가 연 3%의 저금리로 모두 빌려줬다. 'ESCO(에너지절약 전문기업) 사업'을 통해서다. ESCO 사업은 에너지 절약을 비즈니스 차원에서 활성화하기 위해 정부가 도입한 방식이다. 예컨대 분당서울대병원의 경우 자동제어 전문업체인 한국하니웰과 손잡고 ESCO 사업에 참여했다. 이에 따라 정부는 분당서울대병원에 에너지 절감시설 투자비를 빌려줬고 한국하니웰은 이 돈을 받아 배기열 회수장치를 설치했다. 분당서울대병원은 나중에 에너지 절약을 통해 아낀 돈으로 정부가 빌려준 돈을 갚는다.

지식경제부는 최근 분당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여천NCC(나프타 분해로 공정개선),제일모직(공정열 활용),원자력연구원(냉난방시설 개선) 등을 ESCO 사업 성공사례로 꼽았다. 또 올해 서울대 인천공항공사 등 32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이 사업을 확대할 계획이다. 김성진 지경부 에너지정책과장은 "과거에는 에너지 가격이 높지 않아 에너지 절약 시설에 투자할 인센티브가 부족했다"며 "하지만 앞으로는 값싼 에너지를 쓰기 힘든데다 정부도 온실가스 감축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