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항모·해병대 급파…신속한 초기대응

중남미 영향력 회복도 노려
아이티 지진 구호활동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여느 미 대통령과 다르게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진 발생 직후부터 대부분의 일정을 아이티 대응으로 채우기 시작했다. 국내 최대 현안인 일자리 창출과 관련된 일정을 취소했을 정도다. 오바마 대통령은 13일 오전 기자회견을 통해 "아이티 사람들을 돕기 위한 준비가 돼 있다"면서 "초기 대응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집중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국무부 국제개발처(USAID) 국토안보부 국방부 등 관계 부처들을 총동원해 아이티 구호 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미군은 2000명의 해병대를 치안 유지와 구조 활동을 위해 긴급 파병하는 한편 구호물자 수송을 위해 항공모함 칼빈슨호(사진)와 준항공모함급인 헬기상륙함 바탄 등을 동원한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미국의 움직임에 대해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CSM)는 국제사회의 리더라는 명분 외에도 여러 목적이 담겨 있다고 전했다.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미주 프로그램 책임자인 피터 디샤조는 "미국은 전통적으로 아이티의 가장 큰 원조 공여국이었으며 이는 역사적으로 연원이 깊다"고 지적했다.

카리브해는 미국에 '안마당'이나 다름없기 때문에 그간 아이티 정치는 미국의 입김 아래 놓여 있었다. 하지만 베네수엘라가 석유를 무기로 인근 중남미 국가들에 대한 영향력 증대를 꾀하고,아이티 유엔 평화유지군에 가장 많은 병력을 파견하고 있는 브라질의 입김이 점차 세지고 있다. CSM은 미 고위 관리가 아이티 구호가 미국의 영향력과 역량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면서 중남미 국가들에 대한 이미지 제고를 노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게다가 중국이 전례 없이 재빠른 원조와 구호인력 파견을 약속한 상황이라 미국으로서는 아이티 구호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오바마 대통령의 행보에는 국내 정치적인 목적도 있다. CSM은 미국 내에서 발생한 재해는 아니지만 이번 사태에 신속하게 대응하는 모습은 자연히 2005년 허리케인 카트리나에 대한 조지 부시 전 행정부의 늑장 대처와 비교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공분을 샀던 부시 전 행정부 및 공화당과 대비되는 '유능한' 이미지를 쌓을 수 있는 기회라는 얘기다. 또 미국 내 아이티 출신 인구도 80만명으로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무시할 수 없는 숫자다.

조귀동 기자 claymore@hankyung.com